2025.10.22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안산 12경 비화] 4경 탄도 바닷길…모세의 기적처럼 열리는 바닷길, 그 비밀에 얽힌 K-미스터리

하루 두 번, 달의 허락을 받아 열리는 갯벌 위의 '골든 로드'
누에섬 등대와 거대 풍력발전기에 숨겨진 에너지 비전을 추적하다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 대부도 서쪽 끝, 탄도항에 서면 거짓말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펼쳐진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만 약 4시간 동안 1.2km 길이의 갯벌 길이 드러나 바다 한가운데의 무인도, '누에섬'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성경 속 '모세의 기적'에 빗대어 불리는 이 신비로운 현상은 탄도 바닷길을 K-미스터리 로드로 만든 핵심 비화다.

 

하지만 이곳에는 단순히 길이 열리는 현상을 넘어, 섬의 이름에 얽힌 비밀과, 바위에 새겨진 슬픈 어부의 전설, 그리고 바다 위에 우뚝 선 거대 풍력 발전기의 미래 에너지가 교차한다.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역사가 짠물처럼 녹아든 탄도 바닷길의 모든 것을 추적한다.

 

◇ 프롤로그: '모세의 기적'과 '숯섬'에 얽힌 시간의 역설

탄도항 앞바다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유명해졌지만, 사실 이 현상 속에는 더욱 흥미로운 K-미스터리가 숨어 있다. 이 경이로운 현상의 주인공은 바로 달이다. 지구와 달 사이의 인력이 서해의 큰 조수 간만의 차와 만나, 갯벌 위의 얕은 사주(모래 언덕)를 하루 두 번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매일 달라지며, 바닷길이 닫히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이 길을 걸어 바다 한가운데에 서는 것은 자연의 규칙과 시간 약속을 지켜야만 가능한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이처럼 바닷길은 과학적 원리 속에서 더욱 신비로운 K-자연 경관을 선사한다.

 

 

흥미롭게도, 탄도(炭島)는 이름 그대로 '숯을 굽던 섬'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예로부터 참나무가 많아 섬사람들이 숯을 구워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활발했던 숯가마의 흔적은 이제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바다를 가르며 열리는 신비로운 바닷길과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과거 불을 피워 생계를 이었던 섬이, 이제는 바람을 잡아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래 도시의 심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 극적인 대비야말로 탄도항이 가진 첫 번째 흥미로운 비화이자,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시간이 선사하는 역설적인 메시지이다.

 

비화(秘話): 누에섬의 등대와 거대 풍력발전기의 메시지


탄도 바닷길 끝에 있는 누에섬은 마치 누에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작은 무인도다. 섬 정상에 우뚝 솟은 누에섬 등대전망대는 이 지역의 핵심 상징이다.

 

하지만 누에섬의 진정한 비화는 섬 주변에 숨어있는 슬픈 전설이다. 누에섬 주변 바다에는 '부부 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전해지는데, 이는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어부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아내의 슬픈 이야기가 깃든 곳이다. 바닷길을 걷는 여행자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이 바위들을 보며, 누에섬이 품고 있는 서해 어부들의 짠내 나는 애환을 느껴볼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애환이 서린 누에섬은 현재 안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등대는 이 지역의 핵심 상징이자, 안산의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상징하는 풍력발전기 세 기와 함께 서 있다. 누에섬 등대의 내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비밀 전시실이다. 3층 구조의 등대전망대 1층에서는 등대와 서해의 역사를 만날 수 있으며, 3층 전망대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 뷰가 눈앞에 펼쳐진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은 이곳의 가장 극적인 볼거리다.

 

이 발전기들은 과거 '죽음의 호수' 오명을 썼던 시화호 조력발전소와 함께 안산이 친환경 청정에너지 도시로 거듭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웅변하는 미래 에너지 메시지와 같다. 누에섬 등대의 불빛은 과거 어선들의 길을 밝히던 희망의 상징이었다면, 이제 그 옆의 풍력발전기는 안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 비전을 밝히는 새로운 상징이 된 것이다. 이곳은 과거의 염전(탄도항 인근)과 현재의 청정 에너지(풍력)가 공존하며, 안산의 산업 변화 역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K-현장이다.

 

미래 비전: 바닷길 위의 '골든 타임'과 지역 경제의 시너지


탄도항은 대부해솔길의 주요 거점이자, 누에섬과 풍력발전기의 독특한 경관 덕분에 일몰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해가 질 무렵, 바닷길 위로 쏟아지는 황금빛 노을은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골든 타임'을 선물한다. 안산시는 이 독특한 탄도 바닷길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도항 주변에 어촌민속박물관, 수산물 직판매장 등을 조성하며 해양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갯벌 체험을 운영하고, 주변의 전곡항, 제부도 등과 연계하는 해양 관광 벨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탄도 바닷길을 통해 안산이 가진 해양 생태와 청정 에너지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정립하고,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놓치면 안 될 에피소드 & 촌철살인 여행 팁


탄도 바닷길을 걸을 때는 반드시 물이 빠지고 난 뒤 30분~1시간 사이에 진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물때는 인터넷이나 현장 안내소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바닷길을 걷는 동안 펼쳐지는 광활한 갯벌에서 바지락, 동죽 등 해산물을 직접 볼 수 있어 자연 학습장으로도 훌륭하다. 등대전망대 3층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서쪽으로 펼쳐진 풍력발전기와 일몰의 조화는 최고의 사진 포인트로 꼽힌다.

 

마지막 촌철살인 팁이다. "탄도 바닷길에서 인생샷을 건지는 비결? 그것은 빨리 걷는 것이 아니다. 바닷길이 열린 순간, 잠시 멈춰 서서 '물이 빠져나간 바다'의 적막함을 느껴보라. 그 고요함 속에서 당신은 모세의 기적이 남긴 K-자연의 위대함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풍력발전기가 멈춰 서 있는 날이 많아 실망할 수 있다? 틀렸다. 이곳은 '에너지가 순환하는 원리'를 눈으로 보는 곳! 자연의 힘과 과학의 만남을 보며, 당신의 지친 에너지도 충전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