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1월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서면, 강은 소리를 낮춘다.
연일 이어진 강추위 속에서 한강하구 ‘조강’은 얼기 시작했고, 강물 위에는 잘게 부서진 얼음들이 유빙이 되어 천천히 흐른다. 멈춘 듯 보이지만, 강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조강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로 흘러가기 직전 만나는 곳이다. 모든 강의 기원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처럼, 이곳은 오래전부터 ‘할아버지의 강’이라 불려왔다. 생명의 시작이자 역사의 출발점, 강은 여기서 하나가 된다.
혹한이 이어진 2026년 1월, 조강 위로 형성된 유빙은 이 계절이 아니면 쉽게 마주할 수 없는 풍경이다. 기온과 수위, 바람의 방향이 맞아떨어질 때에만 나타나는 자연 현상으로, 얼음은 얼었다 풀리기를 반복하며 강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거대한 강의 흐름 속에서 유빙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겨울의 시간을 기록한다.
애기봉에서 내려다본 조강의 풍경은 자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얼어붙은 강 너머로 이어지는 북녘의 산줄기, 그 위로 펼쳐진 고요한 하늘은 이곳이 지닌 또 하나의 얼굴을 드러낸다. 자연과 분단, 현재와 과거가 겹쳐지는 풍경은 이 계절이 아니면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민간인 통제선 안에 자리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한강하구 최북단 전망지로, 조강과 접경 지역의 지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겨울의 애기봉은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이 공간의 의미를 전한다. 얼음과 물, 침묵과 흐름이 공존하는 장면 속에서 강은 말없이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들려준다.
강은 다시 풀릴 것이다. 얼음은 사라지고, 물은 바다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겨울, 조강 위를 흘러간 유빙은 애기봉의 시간 속에 또 하나의 장면으로 남는다. 한강의 시작에서 만나는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기록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