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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포의 땅 '대마민국' 금소마을에서의 특별한 K-촌캉스

'대마민국'에서 재탄생한 K-스타일 헤리티지: 천년 안동포와 헴프

 

[뉴스트래블=정연비 기자] 안동 금소마을은 고즈넉한 한옥과 맑은 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 그 이상이었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대마(헴프) 재배가 가능한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전국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대마민국’이라는 별칭을 가진 특별한 촌캉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역에서 안동역까지 KTX로 두 시간여를 달려온 후, 안동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 더 들어가면 금소리에 닿는다. 마을 입구의 커뮤니티센터에서 숙소를 배정받으면 금소마을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다.

 

 

금소마을은 예로부터 조선 왕실에 안동포를 바치던 곳으로 유명하다. 안동포는 대마 섬유로 짠 전통 직물로, 시원하고 질겨 옛 선비들과 왕족들이 즐겨 입던 옷감이다. 안동포 짜기는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금소마을은 그 전승의 중심지다.

 

또한 금소는 일제강점기 금소만세운동이 일어난 독립운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작고 예쁜 농촌 마을은 안동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금소라는 마을 이름은 마을 앞산인 비봉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들판을 따라 흐르는 길안천이 비단 폭을 펼쳐 놓은 듯 보여 ‘금수(錦水)’ 또는 ‘금양’이라 불리던 데서 유래했다. 이후 비봉산 아래 오동수(梧桐藪)에 거문고가 있어야 풍류가 완성된다는 뜻으로 ‘거문고 금(琴)’과 ‘풍류 소(韶)’를 합쳐 ‘금소’로 개칭돼다고 전해진다..

 

숙소를 배정받고 한숨 돌린 뒤에는 미리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금소마을에서 직접 키운 식재료로 만드는 가마솥 삼계탕 조리 과정에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리어카에 재료를 싣고 고택으로 이동해 조리를 돕는 과정은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마을 주민은 물론, 안동 ‘구름에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셰프까지 초빙되어 가마솥 삼계탕 조리가 이뤄진다.

 

 

가마솥에서 삼계탕이 끓는 동안에는 금소마을과 인근 금소생태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비봉산 자락이 보이는 탁 트인 정경 속에서 러닝이나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기며 안동의 깊은 품 안에서 푸근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금소생태공원 일대에는 지난 3월 경북 지역을 휩쓴 화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금소마을에서는 불에 탄 농기계들을 재활용해 재생의 아이템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대마뿌리 가마솥 삼계탕이 선사하는 K 푸드 진수

 

해가 넘어갈 무렵, 고택 앞마당의 가마솥에서는 닭백숙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며 허기를 자극했다. 닭이 실하고, 금소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 더해진 삼계탕은 첫날의 여독을 풀기에 제격이었다.

 

특히 예로부터 약재로 쓰이던 대마 뿌리를 넣어 푹 고아낸 덕분에 몸속 깊이 원기가 차오르는 듯했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가 더해진 그 맛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시골 인심과 정서를 그대로 담아낸 한 그릇이었다.

 

 

소원 유등 띄우기: 로맨틱 촌캉스의 밤

 

‘시골 마을에는 밤에 즐길 게 없다’는 편견은 금소마을에서 머무는 동안 접어두자.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마을 내에서 유등 띄우기 체험으로 낭만적인 밤을 보낼 수 있다. 대마 잉여물로 만든 유등에 소원을 적어 강물에 흘려보내면, 고즈넉한 마을의 밤하늘이 따뜻한 불빛으로 물든다.

 

도시의 네온사인 대신 소박한 유등 불빛 아래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힐링 촌캉스의 의미였다.

 

 

고요한 대마숲에서의 아침 명상

 

이튿날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금소마을의 명물, 대마밭 싱잉볼 명상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드넓게 펼쳐진 대마밭은 푸른 잎이 무성하게 솟아나며 이국적이면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을 선사한다. 국내에서 일반인이 이렇게 가까이서 대마를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금소마을의 대마는 환각 성분이 극히 낮은 특수 품종으로, 의약품 원료 추출이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밭 주변의 보안 시스템과 관리 체계를 설명 듣다 보면, 이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짊어진 혁신의 현장임을 깨닫게 된다. 대마를 ‘마약’이 아닌 ‘미래’로 만나는 이 체험 자체가 이미 특별한 K-스타일 촌캉스의 정수다. 신선한 공기와 풀 내음 속에서 명상에 잠기면 도시의 피로가 씻겨나가는 듯했다.

 

천년의 안동포,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진 전통

 

아침 식사 후, 천년의 역사를 품은 안동포의 진수를 경험하기 위해 나섰다. 금소마을은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안동포를 생산하는 마을로, 열댓 명의 이수자들이 그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베틀 앞에 앉은 장인의 시연은 압도적이었다. 삼째기(대마 껍질을 실처럼 찢는 과정)를 손톱으로 이어가는 손끝의 섬세함은 예술 그 자체였다. 열 번이 넘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안동포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어떤 직물도 따라올 수 없다.

 

베틀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베틀가’에는 고된 길쌈 노동 속에서도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들의 애환과 강인한 의지가 담겨 있다. 낮에는 밭일을, 밤에는 호롱불 아래서 베틀을 밟던 K-며느리들의 눈물과 땀이 씨줄과 날줄에 고스란히 스며 있는 것이다.

 

 

안동포가 천 년 동안 올곧은 결을 유지해 온 이유는, 그 속에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강인한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촌캉스를 통해 이 숭고한 K-헤리티지를 직접 체험하는 일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이제 장인들은 단순히 베를 짜는 일을 넘어, 금소마을과 안동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 그들의 기술과 삶의 이야기는 안동포 한 필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 헤리티지의 가장 중요한 일부로 남는다.

 

 

직접 만든 찰오찌 디저트와 대마차: 촌캉스 감성의 화룡점정

 

금소마을을 떠나기 전 마지막 프로그램은 찰오찌(화전)를 재해석한 디저트 만들기 쿠킹 클래스다. 전통과 현대 감각을 결합한 이 체험은 ‘대마민국’이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농촌 힙’ 촌캉스의 완벽한 마무리다.

 

찰오찌는 금소마을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전통 주전부리다. 찹쌀가루 반죽을 동글동글 빚은 뒤, 달군 후라이팬에 올리고 어느 정도 익으면 꽃잎이나 견과류로 꾸며낸다.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예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지며 나는 고소한 향이 마을 안팍을 채운다. 갓 쪄낸 찰오찌를 조심스레 입에 넣자, 달콤하고 따뜻한 맛이 퍼졌다.

 

 

 

대마씨를 볶아 우려낸 차는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향을 남긴다. 금소마을 주민들에게 대마차는 피로회복제와 다름없다. 대마씨에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숙면에 도움을 준다. 불길로 잿빛이 되었던 앞산을 바라보며 마시는 대마차 한 잔은 그 자체로 치유의 의식이었다.

 

대마민국: 가장 특별하고 슬기로운 K-촌캉스

 

안동 금소마을 ‘대마민국’ 촌캉스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통과 미래를 잇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헴프밭 투어, 안동포 짜기 체험, 그리고 K-며느리의 애환이 담긴 베틀가까지. 금소마을은 ‘농촌 힙’을 넘어 대한민국 헤리티지의 깊은 울림을 찾는 이들에게 최고의 힐링 성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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