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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월드 스케치|시즌 2] 한 나라, 한 장면⑦ 뉴질랜드 비하이브

권위를 낮추고 합의를 택한 정치 구조
작지만 단단한 민주주의의 설계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웰링턴 도심 언덕 아래에는 독특한 원형 건물이 자리한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의사당과 달리 낮고 둥근 형태가 먼저 눈길을 끈다. 뉴질랜드 국회의사당 ‘비하이브’는 위압감보다 친근함을 택한 건축이다. 이 나라가 권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외관에서 드러난다.

 

뉴질랜드는 크지 않은 국가다. 인구도, 영토도, 군사력도 세계 질서를 좌우할 규모는 아니다. 대신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방식으로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비하이브는 그 선택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비하이브는 뉴질랜드 행정부의 중심이다. 총리실과 내각, 각 부처 핵심 기능이 이 건물에 모여 있다. 국가의 주요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권력의 실제 작동 현장이다.

 

건물은 의도적으로 낮고 둥글게 설계됐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권위를 거부하는 형태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치 문화가 공간에 반영됐다.

 

주변에는 담장이나 높은 장벽이 거의 없다. 시민은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권력과 일상의 거리가 가깝다. 국가는 스스로를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비하이브는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행정 청사가 아니다. 정치 철학을 드러내는 구조물이다. 뉴질랜드식 민주주의의 얼굴이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뉴질랜드 의회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졌다. 웨스트민스터 모델을 기본 틀로 삼았다. 그러나 제도를 그대로 복제하지는 않았다. 현실에 맞게 수정했다.

 

20세기 후반 행정부 기능이 확대되며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졌다. 기존 의사당만으로는 수용이 어려웠다. 정부는 상징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그 결과가 비하이브였다.

 

1970년대 착공된 이 건물은 벌집 형태를 채택했다. 협업과 공동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중앙집중적 권력보다 분산된 구조를 표현했다. 건축이 메시지가 됐다.

 

완공 이후 비하이브는 자연스럽게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권력의 무대가 형성됐다. 국가는 이곳에서 현대적 정체성을 구축했다. 전통과 변화를 연결하는 지점이 됐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뉴질랜드는 1990년대 선거제도를 개편했다. 비례대표 중심의 혼합형 제도를 도입했다. 다당제와 연립정부가 일반화됐다. 정치 문화가 크게 달라졌다.

 

그 변화는 비하이브 안에서 구현됐다. 단독 결정 대신 협상이 일상이 됐다. 합의와 타협이 정책의 전제가 됐다. 권력 행사가 부드러워졌다.

 

이 공간은 거친 대립보다 토론에 익숙하다. 급격한 충돌보다 점진적 조정을 선호한다. 정치가 생활 행정에 가깝게 작동한다. 국가 운영 방식이 안정됐다.

 

그 결과 뉴질랜드는 ‘신뢰 높은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투명성과 청렴도가 국제적으로 인정된다. 작은 국가가 제도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비하이브는 그 성과의 배경이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오늘날 비하이브는 관광객에게도 개방된다. 내부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시민과 방문객은 권력의 공간을 직접 본다. 국정이 일상과 분리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환경 정책과 원주민 권리, 복지 문제가 논의된다. 거대 담론보다 생활 의제가 중심이다. 국가는 구체적인 삶을 다룬다. 정치의 방향이 분명하다.

 

마오리 공동체와의 협력도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식민 역사에 대한 반성과 조정이 이어진다. 과거를 외면하지 않는다. 제도로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비하이브는 현재진행형이다. 완성된 기념물이 아니다. 매일 새로운 합의가 쌓인다. 국가는 이 공간에서 계속 만들어진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비하이브는 뉴질랜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크기보다 구조를 중시하는 태도다. 힘보다 신뢰를 앞세운 선택이다. 권위 대신 합의를 택한 국가다.

 

이 장소를 이해하면 뉴질랜드가 보인다. 조용하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과장되지 않지만 단단하다. 비하이브는 그 얼굴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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