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29일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세 조정에 합의했다. 이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로 구성되며, 연간 상한은 200억 달러로 설정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외환시장 안정성과 산업별 수익성 확보를 전제로 한 구조적 합의로 평가되며, 관광·여행업계에도 중장기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항공기 부품 무관세…운항 비용 절감 기대
미국 내 생산되지 않는 항공기 부품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한국 항공사들의 유지보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이는 장거리 노선 확대와 항공료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미주 노선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운항 비용 절감은 곧 서비스 개선과 노선 다양화로 연결될 수 있어, 미국을 포함한 장거리 여행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제네릭 의약품 무관세…의료관광 수요 확대 가능성
복제약에 대한 무관세 조치는 미국 내 치료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한국인의 미국 의료관광 수요 증가를 유도할 수 있으며, 건강검진·치료·휴양을 결합한 복합 관광 상품 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미국 내 병원과 협력한 프리미엄 의료관광 상품이나, 고령층 대상 장기 체류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해외여행 비용 급등 우려 완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고, 납입 시기 및 금액 조정 근거를 마련한 점은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김 실장은 “시장 매입이 아닌 방식으로 조달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환율 급등에 따른 해외여행 비용 상승 우려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으며, 여행업계는 보다 예측 가능한 환율 환경 속에서 상품 가격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다.
농업 분야 추가 개방 저지…국내 농촌 관광지 보호
쌀·쇠고기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추가 개방을 막은 점은 국내 농촌 관광지의 경쟁력 유지에 긍정적이다. 농촌 체험, 로컬푸드 중심의 관광 콘텐츠가 타격을 입지 않게 됨으로써, 지역 관광 활성화 전략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6차 산업 모델을 추진 중인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안정적 사업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자 구조의 상업적 합리성…관광 인프라 투자 유도 기대
이번 협상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수익은 원리금 회수 전까지 한미 간 5대5로 배분된다. 이는 관광 인프라 투자에 있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기준이 될 것이며,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구조다. 예컨대 미국 내 한국계 호텔·리조트 개발, 항공 터미널 확장, 의료관광 복합시설 건립 등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관광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결론: 단기 반사이익보다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단순한 수출입 조건의 조정이나 일회성 투자 약정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한국 관광·여행업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투자 흐름 변화 속에서 어떤 전략적 위치를 점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을 던지는 계기다. 항공기 부품과 의약품, 천연자원에 대한 무관세 조치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서비스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 확대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항공료 안정화와 의료관광 수요 증가는 여행 수요의 질적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투자 상한을 설정하고,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은 거시경제 안정성과 산업 투자 간 균형을 고려한 설계로 평가된다. 이는 환율 변동성이 여행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업계가 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을 저지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국내 농촌 관광지의 고유성과 지역성을 보호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한 토대를 유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협상이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관광 인프라 투자에 있어서도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기준이 될 것이며,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관광·여행업계는 이번 협상을 단기적인 비용 절감의 기회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 흐름 속에서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수요 확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중장기적 투자 유치, 상품 혁신, 인프라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대응이다. 이 협상은 기회이자 경고다. 구조적 전환의 문턱에서 업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