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수)

  • 맑음동두천 16.7℃
  • 구름조금강릉 15.3℃
  • 맑음서울 18.7℃
  • 구름많음대전 17.9℃
  • 구름조금대구 19.8℃
  • 구름조금울산 17.7℃
  • 맑음광주 20.0℃
  • 구름조금부산 19.3℃
  • 맑음고창 18.7℃
  • 맑음제주 20.2℃
  • 구름조금강화 16.2℃
  • 구름많음보은 17.6℃
  • 구름조금금산 17.9℃
  • 맑음강진군 20.5℃
  • 맑음경주시 19.0℃
  • 구름조금거제 17.8℃
기상청 제공

K-테이스트케이션, 맛으로 떠나는 한국여행③] 미래 관광은 감각의 경쟁이다

음식에서 감각으로, 감각에서 문화로…K-테이스트케이션이 여는 지속가능한 한류의 미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과거 여행은 ‘보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느끼는 것’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감각을 자극하는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미식은 새로운 문화적 언어로 자리 잡았다. 맛을 통해 한 나라의 정체성과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관광공사가 제시한 ‘K-테이스트케이션(K-TASTECATION)’ 은 단순한 관광정책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와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음식은 이제 문화의 언어다

한국 미식관광의 성장세는 이미 수치로 증명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 중 열 명 중 여덟은 ‘음식 체험’을 필수 코스로 꼽았고, 그중 상당수가 “한국 음식을 통해 문화를 이해했다”고 답했다. 음식은 단순히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K-드라마의 장면만큼이나 ‘비빔밥 한 그릇’이나 ‘거리에서 먹던 떡볶이 한입’을 기억한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미식관광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체험형 산업’으로 정의한다. 여행자가 지역에서 머물며 식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문화와 사람을 접하며 소비를 늘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 있다. 하지만 한국의 미식관광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맛있어서’가 아니라 ‘문화적 맥락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K-테이스트케이션’, 맛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다

‘K-테이스트케이션’이라는 개념은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한다. 이름 그대로 ‘Taste(미식)’와 ‘Vacation(휴가)’을 결합한 이 모델은, 먹는 행위 그 자체보다 ‘맛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감각의 여행’을 뜻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를 다섯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미식(Taste), 관광자원(Attraction), 이야기(Story), 오감 몰입(Total Immersion), 그리고 이색 경험(Extraordinary). 이 다섯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은 ‘TASTE 프레임워크’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한국형 체험관광의 구조다.

 

한류가 눈과 귀를 통해 세계를 매료시켰다면, K-테이스트케이션은 코와 손, 그리고 혀를 통해 한국을 느끼게 한다. 한국의 음식은 단지 조리법의 집합이 아니라, 공간·사람·감정이 어우러진 하나의 감각적 문화 경험이다. 한 상을 둘러앉아 반찬을 나누는 식사, 김치의 발효를 기다리는 시간, 전통시장 상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도까지 모두가 한국이라는 공간의 일부다.

 

한 끼의 식사가 지역을 살린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미식 체험이 지역경제의 동력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미식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행자는 일반 관광객보다 평균 체류일이 1.6일 길고, 소비액도 23% 더 많았다. 단 한 끼의 식사가 지역을 이해하게 하고, 한 끼의 식사가 다음 여정을 머물게 만든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K-로컬 미식여행 33선’과 ‘Taste Your Korea’ 브랜드를 추진 중이다. 맛이 곧 지역의 정체성이 되고, 그 정체성이 다시 관광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와 경쟁하는 한국의 ‘감각 관광’

이 흐름은 국제적 경쟁 속에서도 두드러진다. 일본은 고급 ‘가스트로노미 관광’으로, 싱가포르는 ‘푸드 헤리티지 프로젝트’로, 태국은 ‘Street Food Nation’으로 자국 미식을 세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길은 다르다. 한국의 미식관광은 K-콘텐츠와 결합한 ‘대중성과 감성의 융합 모델’ 이다. 드라마 속 음식, 유튜브의 먹방, 시장에서 만나는 길거리 음식은 각각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지만, 모두 한국이라는 감각적 정체성으로 수렴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오감형 한류’라고 부른다. 시청각 중심의 문화소비에서, 미각과 촉각, 후각으로 확장된 한류다. 이러한 흐름은 미식이 단지 먹는 행위를 넘어 ‘감각적 문화’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확장을 ‘감각의 한류(Sensory Hallyu)’로 규정하며, 향후 관광의 경쟁력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깊이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지속가능한 미식관광의 세 가지 조건

K-테이스트케이션의 핵심은 결국 ‘지속가능한 감각 경험’ 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지역별로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 미식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 둘째, K-콘텐츠(드라마·예능·음악)와 미식을 결합한 융합형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비건·할랄·제로웨이스트 등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를 관광산업의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의 미식관광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 생태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 세 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감각의 깊이가 경쟁력이다

관광은 본질적으로 ‘느낌의 산업’이다. 한류가 시각과 청각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면, 이제 한국의 미식은 감각의 깊이로 세계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 그릇의 음식이 언어보다 빠르게 감정을 전하고, 냄새와 맛이 그 나라의 문화를 각인시킨다. 그래서 K-테이스트케이션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자신을 오감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시도이자, 한류의 진화 그 자체다.

 

결국 관광의 미래는 감각의 경쟁에 있다. 보고 듣는 것을 넘어, 맛보고 느끼게 하는 나라만이 기억 속에 남는다. 한국의 식탁 위에서 시작된 이 감각의 여정은, 이제 한류의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다. K-테이스트케이션, 그것은 맛으로 시작해, 문화로 완성되는 한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