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대한민국 섬 관광의 미래는 ‘다양성’과 ‘연결’에 있다. 단순히 섬 하나를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서해·남해·동해 등 각 해역의 지리적 특성과 섬 고유의 정체성을 엮어내는 ‘권역별 특화 전략’이 그 핵심이다. 한국관광공사의 보고서는 3390개라는 방대한 자원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이를 세계적인 수준의 ‘K-관광섬’으로 육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제시한다.

서해의 갯벌부터 동해의 액티비티까지…권역별 ‘킬러 콘텐츠’의 탄생
보고서가 제안하는 청사진은 명확하다. 모든 섬이 똑같은 관광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테마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해안 권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갯벌’과 낙조를 활용한 생태 치유 관광에 집중한다. 남해안은 수려한 다도해의 풍광을 바탕으로 한 예술과 미식, 요트 중심의 고품격 휴양지로 거듭난다. 동해안과 울릉도 권역은 맑은 수질과 지형적 특성을 살린 해양 레포츠와 액티비티의 성지로 특화된다.
섬의 자원 특성에 따라 ‘역사·문화형’, ‘자연·생태형’, ‘레저·체험형’ 등 맞춤형 유형 구분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보고서는 강조한다. 섬이 가진 원석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위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라는 옷을 입힐 때 비로소 ‘K-관광섬’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점과 점을 잇다…‘고립된 섬’에서 ‘연결된 관광지’로
성공의 또 다른 조건은 ‘연결성’이다. 섬 하나만으로는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인근 섬들을 묶어 하나의 코스로 여행하는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과 육지와 섬을 잇는 통합 교통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다.
특히 고질적인 결항 문제와 불편한 예약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선박 운항 시스템과 원스톱 관광 패스 도입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섬이 더 이상 바다에 고립된 육지의 끝이 아니라, 해상 교통과 디지털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확장된 영토’로 인식될 때 관광객의 심리적 거리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결국 이 모든 변화를 지속시키는 힘은 섬 주민의 손끝에서 나온다. 외부 자본과 기업이 들어오더라도 주민이 소외된 개발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힌다. 보고서는 기획 단계부터 주민 협의체가 참여하고, 관광 수익이 지역 공동체로 환원되는 ‘상생형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민간 기업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 그리고 주민의 정체성이 하나로 묶이는 ‘민·관·경 거버넌스’가 작동할 때 ‘K-관광섬’은 비로소 완성된다. 3390개의 섬은 대한민국 관광의 변방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가장 한국적인 미래 자산’이다. 이제 풍경만 보던 시대는 끝났다. 섬의 재구성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연재를 마치며]
본 기획 시리즈는 한국관광공사의 최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섬 관광의 실태를 진단하고, 민간의 창의적 혁신이 가져올 반전의 가능성을 추적했다.
3390개의 섬은 더 이상 지도 끝의 낙토가 아닌,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 동력이다. '풍경'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콘텐츠'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을 때, 우리 섬은 비로소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관광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다. 고립을 넘어 연결로, 소멸을 넘어 번영으로 나아갈 대한민국 섬의 새로운 항해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