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8.6℃
  • 흐림강릉 14.3℃
  • 서울 10.2℃
  • 박무대전 12.3℃
  • 연무대구 12.0℃
  • 구름많음울산 18.0℃
  • 구름많음광주 15.7℃
  • 구름많음부산 18.8℃
  • 흐림고창 13.1℃
  • 구름조금제주 19.9℃
  • 흐림강화 9.1℃
  • 흐림보은 6.8℃
  • 흐림금산 14.0℃
  • 구름많음강진군 15.8℃
  • 흐림경주시 16.1℃
  • 구름많음거제 14.4℃
기상청 제공

[사라지는 땅의 재구성① 경고] 숫자가 먼저 무너졌다…관광이 불려온 인구감소지역

[뉴스트래블=편집국] 사람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학교가 비어가며, 버스 노선 하나가 줄어든다. 그렇게 일상의 균열이 겹치다 보면, 어느 순간 통계가 먼저 무너진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가 말하는 ‘인구감소지역’은 그래서 예측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이미 지역의 삶이 한 차례 바뀐 뒤에야 숫자는 그 변화를 기록한다.

 

 

행정안전부가 인구 구조와 생활 인프라를 기준으로 인구감소지역을 공식 지정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이 범주에 포함됐다.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인구 감소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규모보다 속도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정책과 행정의 대응을 앞지르면서, 지역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출구를 요구받게 됐다.

 

이 지점에서 ‘관광’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호출됐다. 산업을 새로 유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일자리를 되돌리는 일은 더 복잡하다. 반면 관광은 이미 존재하는 자연과 문화, 풍경을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웠다. 지역에 외부 인구를 불러들이고, 숙박과 음식, 체험을 통해 즉각적인 소비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역관광 활성화를 인구감소 대응 전략과 연결해 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관광은 인구를 되돌리는 해법이라기보다, 줄어드는 인구를 전제로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공간이라도, 방문이라는 형태로 다시 연결할 수 있다면 지역의 기능을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관광이 호출된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인구감소지역이 겪는 가장 큰 위기는 소득보다 먼저 관계의 붕괴다. 사람이 줄면서 마을의 리듬이 사라지고, 공동체의 기능이 약해진다. 관광은 이 틈에 외부의 시선을 다시 연결하는 장치로 작동해왔다. 누군가 찾아온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이 가명정보 결합 분석을 통해 수행한 ‘인구감소지역 관광 프로파일링 분석’은 이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이동·소비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일부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방문객 수가 증가했음에도 평균 체류 시간과 1인당 소비액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지역의 일상과 깊게 연결되지는 못한 셈이다.

 

이 지점에서 관광은 양면성을 드러낸다. 숫자는 만들어졌지만, 삶은 회복되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방문은 늘었지만, 지역에서 하루를 보내고 관계를 맺는 체류는 제한적이었다. 관광이 ‘활성화’됐다는 표현 뒤에, 지역 주민의 생활 변화가 반드시 따라오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은 여전히 가장 먼저 호출되는 해법이다. 인구감소지역에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 자료를 종합하면, 인구 감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은 지금, 회복이 아니라 적응의 국면에 서 있다. 관광은 이 적응의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손에 잡히는 도구이자, 동시에 가장 쉽게 오해받는 해법이다.

 

이 연재는 그 오해에서 출발한다. 인구감소지역에서 관광은 왜 선택됐는가. 무엇이 기대됐고, 무엇이 놓쳐졌는가. 그리고 관광은 정말 지역의 다음 단계가 될 수 있는가. 숫자가 먼저 무너진 자리에서, 이제는 그 숫자 너머의 구조를 묻기 시작할 때다.

 

다음 편에서는 가명정보 결합 분석과 행정 데이터를 토대로, 인구감소지역의 현재를 보다 구체적으로 진단한다. 사람은 왜 떠났고, 무엇이 남았는지를 숫자와 구조의 언어로 살펴본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