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물길은 도시의 기억을 가장 오래 붙잡는다. 중국 산둥성의 성도 제남 한복판, ‘물의 도시’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잔잔히 흐르는 골목이 있다. 이름도 독특한 곡수정가. 굽이친 물길을 따라 형성된 이 거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제남이라는 도시의 시간과 생활이 겹겹이 쌓인 장소다.
버드나무 가지가 길게 늘어진 골목, 기와지붕 아래로 붉은 등이 흔들리고, 물 위에는 나무 그림자가 흔들린다. 사진 속 풍경은 고요하지만, 이곳의 시간은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물은 계속 흐르고, 사람들은 그 곁을 따라 걷는다. 곡수정가는 그렇게 ‘흐르는 도시’ 제남의 얼굴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거리다.

첫 번째 장면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좁은 수로다. 양쪽으로 돌길이 이어지고, 물은 골목 한가운데를 가른다. 이 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제남을 유명하게 만든 수많은 샘, 즉 ‘천성(泉城)’의 근원에서 비롯된다. 제남에는 수백 개의 샘이 도시 곳곳에서 솟아나고, 그 물이 모여 이렇게 골목을 흐른다. 그래서 이곳의 물은 인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의 연장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골목의 생활감이 드러난다. 작은 상점들이 이어지고, 수공예품과 기념품이 걸려 있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지만, 이곳은 여전히 주민들의 일상 공간이기도 하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 느릿하게 걷는 노인들, 골목을 스치는 바람까지 모두가 이 거리의 일부다.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생활의 공간이라는 점이 곡수정가의 깊이를 만든다.

세 번째 장면은 물과 건축의 조화를 보여준다. 낮은 돌다리와 전통 건물,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물길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구성된다. 특히 물 위에 비친 나무와 지붕의 반영은 실제 풍경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곳에서는 위를 보는 것보다 아래를 바라보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물은 또 하나의 하늘이 된다.

네 번째 장면에서는 작은 연못과 건물,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담긴다. 난간 너머로 보이는 물빛은 짙은 녹색을 띠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다. 과거 이 지역은 문인들이 모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공간으로 전해진다. 물 위에 술잔을 띄워 보내며 시를 짓던 ‘곡수유상(曲水流觴)’의 전통이 바로 이 거리 이름의 배경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은 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호수처럼 넓어진 수면 위로 작은 배가 떠 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도시의 번잡함은 멀어지고, 물과 나무, 그리고 사람만 남는다. 이 장면은 곡수정가가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제남이라는 도시 전체의 축소판임을 보여준다.
곡수정가는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걸음을 늦추고, 물의 흐름을 따라 생각도 함께 흘려보내야 한다. 화려함 대신 잔잔함으로 기억에 남는 공간, 그리고 도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묻는 거리. 제남을 이해하려면, 결국 이 물길 앞에 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