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스트래블) 김양현 특파원 = 일본의 고속도로를 이용하며 들러 가는 휴게소는 ‘PA’라 쓰인 ‘파킹에리아’와 ‘SA’라 쓰인 ‘서비스에리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모두 휴게소를 의미하며 주차, 화장실, 식당, 주유소 등이 갖춰져 있기 마련이지만, ‘PA’는 대략 고속도로 15km마다 (단, 북해도는 25km마다) 설치 된 화장실, 자판기, 매점 등의 시설이 있는 휴게소다.(한국의 졸음쉼터보다 약간은 규모가 큼)
‘SA’는 대략 50km마다 설치돼 PA의 시설에 더해 푸드코트와 레스토랑, 안내소 등 더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휴게소다. 하지만 정확한 구간에 설치되지 않은 도로도 있으며 초기 고속도로와 같이 명확한 서비스가 갈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2005년 고속도로가 민영화가 된 이후에도 굳이 이렇게 ‘PA’ ‘SA’로 구분 지어놓은 이유는 단지 도로법 상, 상업을 할 수 있는 구간과 없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크게 구분지어 생각되지 않을 만큼 지금은 어느 쪽 이든 멋진 테마를 가진 나름의 개성이 깃든 휴게소가 즐비하다.
아마도 과거 적자였던 고속도로가 민영화로 전환 되면서 규칙이 조금 느슨해 져 있지만, 흑자가 지속 된다면 어떠한 규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일본의 휴게소는 변화를 통해 다양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 여행을 선호하는 입장, 그리고 다양해지는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진 휴게소 팬들은 규제를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 기자부터 고속도로의 휴게소 팬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년간 직접 자동차 여행을 하며 만난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 2곳을 소개해 볼까한다.

埼玉県(사이타마현)과 東京(도쿄)를 잇는 関越自動車道(칸에츠지도-샤도)의 상행선 寄居(요리이) PA가 2009년 새 단장했다.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재현한 휴게소로 변신 한 이곳은 마치 테마파크에 온듯하다.

기념품과 먹거리도 모두 어린왕자가 테마며, 화장실로 가는 벽면도 동화책 속의 어린왕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푸드코트는 이곳 寄居(요리이) 마을에서 재배하는 야채들로 만들어진 프랑스 요리 뷔페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베이커리가 있는 곳에는 소프트크림을 사거나,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베이커리의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행복한 산책로가 있다. 오솔길 따라 쉬어가는 작은 벤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여우의 동굴, 언덕에서 어린왕자가 물을 주며 키웠던 한 송이 빨간 장미도 그대로 재현됐다.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며 흡연하는 장소가 보인다. 이곳이 마지막 산책 코스다.
칸에츠 고속도로를 지날 때, 특별히 휴식이 필요치 않아도 반드시 들러보고 싶은 휴게소가 아마도 이곳일 것이다. 자동차여행으로 그 길을 지나는 여행객들에게는 더 없이 즐거운 여행의 휴식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2009년 寄居(요리이)휴게소가 어린왕자를 테마로 변신을 하면서 인기를 누린 후, 2013년 東北道(토-호쿠도: 동북고속도로)의 상행선 羽生(하뉴-)PA가 鬼平江戸処(오니헤-에도토코로)라는 테마로 새 단장했다.

마치 에도시대로 돌아 온 듯 타임머신 효과가 인상적이다. 2013년 12월 오픈 후 오랜시간 인기가 식을 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이 되면 스모선수들이 모여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휴게소의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점원들이 모두 그 시대의 복장을 하고 손님 맞이를 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이 됐다.

이 휴게소는 급기야는 고속도로에서 뿐 아니라 일반도(국도 60번 도로)에서도 진입이 가능 하도록 진입로를 개통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마치 일본의 전통거리 관광지를 연상케 하는 고에도 거리가 드라마 세트장 같았다. 고에도 거리가 시작 되는 흡연 장소부터 반대편 화장실까지 그다지 길지는 않지만 자판기부터 시작해 모든것이 에도시대로 연출이 됐다.

이후, 일본의 휴게소는 SA와 PA의 구분이 조금 더 미묘해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애견과 함께 즐기는 산책 코스를 즐길 수 있는 휴게소는 물론이고, 장거리 운전자를 위한 캡슐 호텔과 일본의 전통 정원을 정돈해 개발 된 휴게소, 과일 농원들을 개발해 계절 과일을 직접 따는 체험을 하는 휴게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