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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칼럼] 한국은 10분, 크로아티아는 2시간…같은 커피, 전혀 다른 삶의 속도

테이크아웃 커피와 두 시간짜리 대화, 30분 점심과 가족 식탁
‘빨리’에 익숙한 한국과 ‘천천히’에 기대 사는 나라의 일상 비교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서울의 카페에서 커피는 ‘정지’가 아니라 ‘이동’이다.
주문하고, 받고, 뚜껑 닫고, 나간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손에 들려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모금, 횡단보도 앞에서 한 모금. 10분이면 충분하다. 커피는 기호가 아니라 연료다. 일을 하기 위해, 버티기 위해 마신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카페는 정반대다.
사람들은 작은 에스프레소 잔 하나를 앞에 두고 몇 시간이고 일어나지 않는다. 급한 기색이 없다. 대화를 하다가 멈추고, 다시 웃고, 햇빛을 쬔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 할래?”라는 말은 최소 두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약속에 가깝다 . 커피는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관계를 붙잡아 두는 시간이다.

 

 

우리는 커피를 빨리 비우고 자리를 뜨고,
그들은 커피가 식을 때까지 사람 곁에 머문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직장인에게 점심은 ‘미션’에 가깝다. 12시가 되면 식당으로 뛰고, 가장 빨리 나오는 메뉴를 고른다. 20~30분 안에 식사를 끝내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 점심은 휴식이 아니라 업무 사이에 끼워 넣은 공백이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점심이 하루의 중심이다.


정오 무렵 상점 문이 닫히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이 한 식탁에 모여 천천히 먹고 이야기한다. 여름철에는 세 시간, 길게는 네 시간까지 이어지는 긴 점심시간이 이어진다. 먹고, 쉬고, 낮잠을 자고, 다시 일터로 간다. 식사가 생활 리듬을 결정한다 .

 

우리는 밥을 ‘해결’하고,
그들은 밥을 ‘함께 보낸다’.

 

계산대 앞 풍경은 더 극적이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각자 송금한다. 더치페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다. 정확하고 깔끔하다. 서로에게 부담 주지 않는 것이 예의다.

 

크로아티아에서는 계산서를 두고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모두가 “놔둬, 내가 낼게”라며 손을 뻗는다. 누가 먼저 계산하느냐가 문제다. 웨이터를 먼저 붙잡은 사람이 웃으며 카드를 내민다. 손해가 아니라 호의다. 베푸는 쪽이 오히려 기분 좋아한다. 이런 ‘내가 낼게’ 문화는 오랜 환대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우리는 정확히 나누며 관계를 정리하고,
그들은 기꺼이 더 내며 관계를 쌓는다.

 

돌아보면 우리는 늘 효율적인 선택만 해왔다.
10분 커피, 30분 점심, 정확한 더치페이.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꼈다. 그런데 이상하게 늘 바쁘고 지친다. 하루 종일 뛰었는데도 ‘시간이 없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붙어 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포말로(Pomalo)’라는 말을 자주 쓴다. 천천히, 조금씩, 서두르지 말자는 뜻이다 . 느긋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하루에는 사람이 남는다. 카페에는 친구가 있고, 점심상에는 가족이 있고, 계산대 앞에는 웃음이 있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이렇게 빨라졌을까.
그리고 무엇을 놓치면서 여기까지 왔을까.

 

모든 걸 크로아티아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하루 한 번쯤은 가능하지 않을까.

 

커피를 앉아서 마시는 30분,
휴대폰 없이 먹는 한 끼 식사,
“이번엔 내가 낼게”라고 먼저 말해보는 저녁.

 

조금 느리게.

 

어쩌면 그때서야,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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