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베니아=뉴스트래블) 차우선 기자 = 슬로베니아 북서부, 율리안 알프스 자락에 자리한 작은 마을 블레드.
그곳엔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블레드 성(Bled Castle)이 절벽 위에 우뚝 서 있고, 그 아래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블레드 호수(Bled Lake)가 고요히 펼쳐져 있다.
이 풍경을 처음 마주한 순간, 그저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움직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도 자연은 쉼 없이 나를 흔들었다.

블레드 성에 오르며 가파른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호수는 점점 더 넓게 펼쳐졌다.
성의 테라스에 도착했을 때, 눈앞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그 위의 교회 그리고 멀리 이어진 줄리안 알프스의 능선.
숙소로 돌아와도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성에서 내려와 숙소에 들어서자, 창밖의 풍경이 다시 나를 붙잡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호수와 성의 실루엣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시간의 빛.
아침엔 안개 낀 능선이 창을 가득 채웠고, 오후엔 햇살이 강물 위를 반짝이며 조용한 음악처럼 흘렀다.
저녁엔 노을이 성벽을 붉게 물들이고, 밤엔 멀리서 보이는 불빛 하나가 이 공간을 외롭지 않게 만들었다.
“움직임이 멈췄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풍경 속을 걷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