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밤 10시, 조명이 켜지면 공기가 달라진다. 건물 외벽의 금 장식이 빛을 받아 떠오르고, 젖은 바닥은 그 빛을 그대로 반사한다. 광장 한가운데 서면 사방에서 사람 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겹친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은 멈추고, 자리를 잡은 사람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그랑플라스는 낮보다 밤에 완성되는 공간이다. 광장 가장자리 카페 테라스에 앉으면 장면이 바뀐다. 서버가 트레이에 올린 벨기에 맥주를 내려놓고 지나간다. 잔 위로 거품이 올라오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맞은편 길드하우스로 이동한다. 17세기 상인들이 사용하던 건물이다. 지금은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섰다. 관광객은 맥주를 마시며 과거 상업 중심에 앉아 있는 셈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그랑플라스는 왕궁이 아니라 시장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중세 브뤼셀에서 곡물과 직물이 거래되던 장소였다. 권력은 왕이 아닌 상인에게서 형성됐다. 이 구조가 벨기에 도시의 출발점이다. 광장을 둘러싼 길드하우스는 직업별 상인 조직의 본거지였다. 건물마다 금빛 조각과 상징이 붙어 있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외벽은 경쟁의 결과물이다. 상인들은 건물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드러냈다. 광장 한쪽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오스트리아 관광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3월 오스트리아 통계청이 발표한 잠정 수치에 따르면, 2025년 연간 숙박일수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1억 5,727만 건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광객 입국자 수 또한 2024년보다 3.1% 늘어난 4,817만 명에 달해 견고한 성장세를 증명했다. 이러한 성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도했다. 전체 숙박일수의 74.3%가 외국인 방문객에 의해 발생했으며, 국가별로는 독일(5,855만 건), 네덜란드(1,116만 건), 스위스·리히텐슈타인(434만 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수도 비엔나가 6.5%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을 견인했다. 오스트리아 관광업계는 이번 겨울 시즌에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5년 11월과 12월 숙박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하는 등 연중 내내 활발한 관광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에도 산악 휴가와 도시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록 경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오전 10시, 중앙 분수 앞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하다. 셀카봉이 공중을 가르고, 관광객의 시선은 하나의 방향으로 고정된다. 정원 끝 언덕 위 글로리에테다. 직선으로 뻗은 이 축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들린다. 이 동선은 우연이 아니다. 18세기 합스부르크 왕가가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한 시선의 길이다. 쇤브룬 궁전은 관광지가 아니라 시선을 통제하는 구조물이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금박 장식이 붙은 벽, 붉은 색 직물, 낮게 드리운 샹들리에가 이어진다. 내부 1441개 방 중 일반 공개 구간은 약 40개다. 이 방들에서 1740년 즉위한 마리아 테레지아가 제국을 재편했고, 프란츠 요제프 1세는 1848년부터 1916년까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책상에서 서류를 처리했다. 관광객이 걷는 이 동선은 ‘생활’이 아니라 ‘통치’가 반복되던 길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쇤브룬은 이름과 다르게 휴식 공간이 아니다. ‘여름 궁전’이라는 명칭은 기능을 숨긴 표현이다. 실제로는 외교 접견과 정치 결정이 집중된 권력 중심지였다. 빈 시내 호프부르크가 공식 공간이라면, 쇤브룬은 실질적 운영 공간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물길이 도시의 길이 되는 순간이 있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고, 도로보다 운하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도시.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이 풍경은 유럽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바로 암스테르담이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이 도시는 수백 년 전 바다와 강 사이의 늪지대에서 시작됐다. 땅을 메우고 물길을 정리해 도시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수로와 다리가 도시의 기본 구조가 됐다. 오늘날 암스테르담에는 약 100km가 넘는 운하와 1500개 이상의 다리가 놓여 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수로망 위에 세워진 셈이다. 그래서 이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소를 방문하는 일이 아니라, 물길이 만든 도시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경험에 가깝다. 물이 만든 도시의 풍경 암스테르담의 중심에는 반원형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운하가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때 조성된 이 운하 지구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도시를 확장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만든 이 수로망은 당시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던 암스테르담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운하는 헤렌흐라흐트, 카이저르흐라흐트, 프린센흐라흐트다. 이 세 운하는 마치 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름 오후, 바닥에서 물줄기 26개가 솟는다. 아이들이 분수 사이를 뛰어다니고 관광객들이 돔을 올려다본다. 1902년 완공된 베른 연방궁 앞 광장 풍경이다. 분수 뒤에 서 있는 녹색 돔 건물에서는 스위스의 국민투표 안건과 연방 법안이 논의된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이 광장은 동시에 국가 정치의 현관이다. 베른 구시가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아케이드가 이어지는 중세 도시 한가운데 연방궁이 자리한다. 인구 약 890만 명의 스위스는 이곳에서 국가 정책을 조율한다. 알프스 산악국가의 정치 중심이 관광 도시 풍경 속에 놓여 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연방궁 앞 테라스에 서면 아레 강이 반원형으로 도시를 감싼다. 베른은 1191년 체링겐 공작 베르톨트 5세가 세운 도시다. 스위스는 공식 수도라는 표현 대신 ‘연방 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권력 집중을 피하려는 정치 문화 때문이다. 건물 안에는 양원 의회가 들어 있다. 인구 비례로 선출되는 국민의회 200석과 칸톤 대표로 구성된 전주의회 46석이다. 인구 1만 명 수준의 산악 칸톤도 동일한 대표권을 갖는다. 연방궁은 분권 국가의 정치 구조가 실제로 작동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크로아티아 여행을 한 도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남쪽의 성벽 도시에서 시작해 황제의 궁전을 지나 북쪽의 미식 반도에 닿는 여정은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을 잇는다. 제국의 시간, 땅의 시간, 식탁의 시간이 한 나라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드리아해를 따라 북상하는 10일은 관광지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일정이 아니다. 풍경이 바뀔 때마다 시대가 달라지고, 접시 위의 맛이 달라진다. 이 루트는 크로아티아를 점이 아니라 선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남쪽에서 시작하는 서사 여정은 두브로브니크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극적이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이 도시는 중세 성벽이 완벽한 원형으로 남아 있다. 성벽 위를 걸으며 내려다보는 코발트빛 바다는 크로아티아 여행의 상징적인 첫 장면이 된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붉은 지붕과 석회암 골목이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의 하루 이틀은 여행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바다와 돌, 그리고 햇빛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남쪽 크로아티아의 얼굴이다. 황제의 궁전을 지나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스플리트가 기다린다. 이 도시의 중심에는 4세기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미식이 산업이 되면 접시는 점점 화려해진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이스트라 남단의 작은 어촌 반욜레에는 다른 선택을 한 집이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을 살만 쓰지 않고, 간과 내장까지 요리로 완성하는 식당. 4대째 어부 집안이 운영하는 코노바 바텔리나다. 이곳의 식탁은 트렌드가 아니라 생업에서 출발했다. 새벽 바다에 나가 그날 잡은 해산물로 메뉴를 정하고, 남김없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다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태도다. 이스트라 미식의 철학은 이 작은 항구 마을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어부의 집에서 시작된 레스토랑 코노바 바텔리나는 2000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훨씬 깊다. 스코코 가문은 4대째 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왔다. 아버지는 어부였고, 아들은 그 생선을 요리하는 셰프가 됐다. 식당은 바다와 식탁을 직접 연결하는 통로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그날의 메뉴’다. 고정된 코스가 아니라, 아침 조업 결과에 따라 요리가 달라진다. 제철과 어획량이 곧 레시피다. 이는 화려한 기교 대신 재료의 신선함과 이해를 전제로 한다. 남김없는 미식 코노바 바텔리나를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유럽의 미식 지도를 펼치면 이탈리아 토스카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아드리아해 건너 북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관광지로 소비되기 이전의 유럽을 닮은 반도가 있다. 크로아티아 북서부의 이스트라다. 이곳에서는 트러플이 숲에서 캐어지고, 올리브 오일이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올리며, 토착 품종 와인이 조용히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 이스트라의 미식은 레스토랑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붉은 흙과 해풍, 언덕과 숲에서 출발한다. 화려한 수식 대신 토양의 힘으로 설명되는 맛이다. 제2의 토스카나라는 별칭은 비교이면서 동시에 경고다. 아직은 덜 붐비는 이 반도가, 유럽 미식의 다음 장면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테라로사가 만든 맛 이스트라의 풍경을 지배하는 것은 붉은 흙이다. 철분을 머금은 ‘테라로사(terra rossa)’ 토양은 배수가 뛰어나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여기에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긴 일조 시간이 더해지면서 독특한 농업 환경이 형성된다. 트러플과 올리브, 포도가 한 반도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배경이다. 특히 토착 품종 말바지아와 테란은 이 땅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말바지아는 해산물과 어울리는 산뜻한 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