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뉴스트래블) 박주성 기자 = 태국 북부의 고도 치앙마이는 한때 란나 왕국의 수도였던 역사의 도시이자, 오늘날 여행자들에게는 ‘북방의 장미’라는 이름으로 사랑받는 문화예술의 중심지다. 이곳은 유서 깊은 사원과 전통시장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동시에, 젊은 예술가들의 카페와 갤러리가 끊임없이 문을 여는 역동적인 도시다. 치앙마이 여행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다채로운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 고대 왕국이 남긴 유산
치앙마이의 매력은 올드타운 한복판에서부터 시작된다. 네모난 해자와 옛 성벽에 둘러싸인 구시가에는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사원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황금빛 불탑이 인상적인 왓 프라 싱, 거대한 벽돌 탑을 자랑하는 왓 체디 루앙은 치앙마이 정신을 상징하는 유적지다. 특히 산 위에 자리한 왓 프라탓 도이쑤텝은 ‘치앙마이에 오면 반드시 올라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도시를 대표하는 사원으로, 정상에 서면 치앙마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매년 11월, 도시의 밤하늘을 수놓는 ‘이펭 랜턴 페스티벌’은 치앙마이가 가진 영적 매력을 극대화한다. 수천 개의 연등이 어둠을 밝히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여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소원을 속삭이며 빛의 강물 속으로 빠져든다. 이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치앙마이 사람들이 대대로 이어온 삶의 철학이자 공동체의 의식이다.
◇ 자연과 모험의 놀이터
치앙마이의 또 다른 얼굴은 도시 외곽에서 드러난다. 태국 최고봉을 자랑하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은 짙은 안개와 폭포,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청량한 풍경으로 ‘태국의 알프스’라 불린다.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산맥 너머로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모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치앙마이는 이상적인 놀이터다. 코끼리 보호구역에서 윤리적인 방식으로 코끼리와 교감하거나, 원시림 위를 가로지르는 짚라인, 급류 래프팅과 산악 자전거 투어까지 액티비티의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 이 모든 경험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치앙마이 사람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 미식과 라이프스타일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단연 음식이다. 치앙마이는 북부 특유의 깊고 진한 맛으로 미식가들을 사로잡는다. 코코넛 카레 국물에 바삭한 면을 얹은 카우쏘이, 레몬그라스와 허브 향이 살아 있는 북부식 소시지 싸이우아, 매콤한 토마토 소스와 돼지고기를 곁들인 카놈찐 남니여우 등은 이곳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현지 시장에 들러 두리안이나 망고스틴 같은 열대 과일을 맛보는 것 또한 치앙마이 여행의 필수 코스다.
최근에는 님만해민 거리(Nimmanhaemin Road)가 여행자들 사이에서 ‘치앙마이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세련된 카페, 라이프스타일 숍, 아트 갤러리가 모여 있어 트렌디한 감각을 추구하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낮에는 전통 사원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에는 감각적인 바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치앙마이만의 여행법이다.

◇ 여행자를 위한 팁
치앙마이는 방콕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15분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도심은 툭툭과 자전거,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으며, 숙소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부터 풀빌라 리조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건기가 시작되는 11월에서 1월, 다만 2~4월에는 미세먼지가 심해 야외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앙마이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다. 고대 왕국의 숨결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여행자들에게 역사와 문화, 모험과 휴식, 미식과 감각적 체험을 모두 안겨준다. 한 번 다녀온 이들이 다시 찾는 이유는 바로 그 다양성과 깊이에 있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의 관문이자, 여행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북방의 장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