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트래블) 관리자 = 떠날까, 말까.
비행기 예약창 앞에서 망설임은 길었고, 핑계는 많았다.
일도, 가족도, 익숙한 일상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결국, ‘지금 아니면 언제’라는 마음 하나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시작된 첫 혼자만의 자유여행.
첫 목적지는 베트남 하이퐁.
그리고 그 선택은, 국수처럼 뜨겁고 부드러웠다.

하노이에서 기차로 두 시간.
창밖 풍경은 논밭과 오토바이, 그리고 잊고 지낸 여유.
하이퐁은 조용한 항구 도시.
관광객은 드물고, 삶의 속도는 느리다.
그 느림 속에서, 오래된 자신과 마주한다.
도선 해변의 바람은 낯설고, 게살 국수의 향은 익숙하다.
반다꾸아 한 그릇에 “잘 왔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혼자라는 사실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했다.
풍경도, 맛도, 감정도.

횡단보도 앞, 오토바이는 멈추지 않는다.
건너려면 눈치와 용기, 그리고 약간의 베트남 철학.
“천천히 걸으면, 세상이 피해간다.”
이 도시의 교통은 인생의 은유다.
숙소는 도심 한복판, 작지만 단정한 호텔.
엘리베이터는 느리고, 직원은 웃음이 많다.
아침엔 쌀국수, 오후엔 커피 한 잔.
일정은 느슨하고, 마음은 가볍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하이퐁이라는 낯선 도시를 품었더니,
지도 위의 이름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타이베이의 야시장엔 발걸음이 가볍게 닿았고,
오사카의 골목은 익숙한 듯 반갑게 맞아주었다.
샤먼의 바닷바람은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주었고,
방비엥의 강물은 오래된 생각들을 조용히 흘려보냈다.
프놈펜의 사원은 묵묵히 삶의 질문에 답을 건넸다.

한 번의 용기가,
다음 도시들을 문처럼 열어주었다.
이제 여행은 도전이 아니라,
익숙한 숨처럼 자연스러워졌다.
하이퐁에서 길을 잃었고, 국수에 빠졌고, 나를 찾았다.
중년의 홀로 여행은 망설임을 지나야 시작된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이, 인생을 가볍게 만든다.
더 늦기 전에, 떠나라.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용기를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