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 관리자 = '패키지 여행의 대명사에서, 이제는 AI 기반 OTA로'
30년 넘게 국내 여행업계를 이끌어온 하나투어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네이버·야놀자 같은 플랫폼 기반 온라인 여행사(OTA)의 공세가 거세지자, 전통 여행사가 살아남을 길은 디지털 전환뿐이라는 판단에서다.
하나투어는 1993년 국진여행사로 출발해 1996년 사명을 변경했다. 2000년 코스닥, 2011년 코스피 상장을 통해 ‘여행사의 신화’를 썼고, 일본·중국·유럽 등지에 법인을 설립하며 아웃바운드(해외여행)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에는 연매출 8282억 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팬데믹 기간 매출이 급감했고, 비주력 사업인 면세점 실적까지 악화되면서 경영권은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손에 넘어갔다.
◇ ‘하나팩 2.0’, 고객 불만을 기회로
전통 여행사가 생존을 모색한 길은 바로 상품 혁신이었다. 하나투어는 2021년 ‘하나팩 2.0’을 출시했다. 기존 패키지 여행의 고질적 불만이었던 강제 쇼핑, 선택 관광을 과감히 뺀 대신, 맞춤형 일정과 소규모·럭셔리 여행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는 단체 위주의 패키지 모델에서, 개별 여행객의 니즈를 반영한 OTA 상품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회사는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여행 상담 서비스, 위치 기반 오픈 채널,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해 모바일 앱을 강화했다. 단순 예약 플랫폼을 넘어, 여행 전 과정에 개입하는 ‘디지털 여행 파트너’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 체질 개선, 그리고 회복세
IMM PE 인수 이후 하나투어는 조직 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면세점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OTA 중심의 모델로 빠르게 전환했다. 2023년 매출은 4116억 원을 기록하며 팬데믹의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 6월 기준 임직원 수는 1276명으로,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는 인적 기반도 유지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강점은 여전히 패키지 시장에서의 서비스 품질 관리 노하우다. 예약·변경·환불 등 고객 편의성을 확보한 경험, 그리고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2012년부터 유지해온 신뢰가 자산이다. 이를 OTA 시장에서도 차별화 요소로 삼겠다는 것이 회사의 복안이다.
◇ 여전히 남은 과제
하지만 과제는 만만치 않다. 네이버, 야놀자, 글로벌 OTA들과의 경쟁은 거세지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는 회복 중이지만, 개별 자유여행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존 패키지 강점만으로는 승부가 어렵다. 게다가 불확실한 국제 정세와 환율, 항공료 변동성은 언제든 수익성을 위협할 수 있다.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하나투어가 가진 패키지 운영 노하우와 고객 신뢰는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OTA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플랫폼 경쟁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 전통에서 미래로
하나투어의 비전은 단순하다. “꿈꾸는 여행을 실현시켜 준다.” 미션은 ‘Shape Everyday Dreams(매일의 꿈을 열다. 설레는 꿈을 잇다)’라는 슬로건에 담겼다. 이는 여행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개인의 일상적 욕망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경험이라는 메시지다.
패키지 여행의 대명사였던 하나투어가 AI 기반 OTA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들의 실험은 한국 여행산업 전체의 변화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전통 여행사의 디지털 대전환, 그 결과는 이제 전 세계 여행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참고 : 최근 OTA(온라인 여행사) 시장 동향 분석 및 정책과제, 하나투어 기업 현황 및 IR 자료, 2023~2024년 수치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