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6 (토)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NT 사설] 대한항공의 꼼수…좁아진 좌석, 불어난 요금

좁아진 이코노미·뻥튀기 요금…소비자 불편을 수익으로 포장하다

[뉴스트래블=편집국] 대한항공이 선보인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이름만 번듯할 뿐, 속을 들여다보면 꼼수 그 자체다.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이코노미 좌석을 억지로 쥐어짜 '프리미엄'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마치 신기루라도 만든 듯한 모습이다.

 

기존 3-3-3 배열의 이코노미 좌석을 3-4-3으로 변경하면서 한 명의 승객을 더 욱여넣었다. 좌석 너비는 18.1인치에서 17.1인치로 줄어든다. 이를 '편의 제공'이라 하지만, 좁아진 좌석에 허리와 어깨를 쑤셔 넣어야 하는 승객에게는 그저 '불편 제공'일 뿐이다. 다수의 고통을 팔아 소수의 여유를 팔아먹는 장사, 그것이 대한항공식 프리미엄이다.

 

가격은 더 가관이다. 대한항공은 공식 발표에서 “이코노미 대비 10% 비쌀 뿐”이라 했지만, 실제 예매에선 차이가 최대 80%까지 뛴다. 소비자를 앞에 두고 뻔뻔하게 두 얼굴을 내민 셈이다. 이렇게 속여도 된다면, 내일 당장 라면 값도 “조금 올렸다” 해놓고 두 배 받아도 괜찮겠다.

 

게다가 ‘1.5배 넓다’는 홍보도 기막히다. 기준점을 이코노미 축소 후로 잡았으니, 본래 좌석과 비교하면 그저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에 불과하다. 집 지붕을 일부러 낮춰 놓고, 천장 높인 방을 ‘럭셔리룸’이라 우기는 꼴과 다르지 않다. 소비자를 속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조롱에 가깝다.

 

더 황당한 건 태도다. 여론이 들끓자 대한항공은 “원점 재검토” 운운했지만, 프리미엄석 도입은 그대로 강행한다. 즉, “검토하겠다”는 말은 입막음용 립서비스일 뿐이다. 승객을 봉으로 보는 습관이 뼛속까지 배어 있다는 증거다.

 

대한항공은 이제 단순한 항공사가 아니다. 아시아나까지 인수하며 국적 대형 항공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이런 지위에서 좌석 축소와 꼼수 요금제를 들고나온 건, 시장 지배력의 오만한 과시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없다는 듯, “좁아도 타라”는 태도가 전제된 것이다.

 

국적 항공사가 이렇게까지 소비자를 우롱해도 되는가. 좌석 너비를 줄여야만 ‘프리미엄’이 넓어진다는 궤변은, 결국 “승객 불편은 곧 대한항공의 수익”이라는 자기 고백이다. 하늘길을 책임져야 할 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장난질을 치고 있는 꼴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대한항공이 진정 ‘프리미엄’을 말하고 싶다면, 꼼수와 기만부터 거둬라. 좁혀야 넓어진다는 황당한 논리로는 하늘을 나는 항공사가 아니라, 땅바닥에서 좌판 깔고 장사하는 3류 상인일 뿐이다. 하늘을 나는 국적 항공사라면, 최소한 지상에서 통할 상식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