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관리자] 관광은 더 이상 도시를 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를 잠식하고 있다. 한때 관광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문화를 알리는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관광은 그 반대다. 마리끌레르가 지적했듯, “인스타그램은 휴가를 망치고 있다.” SNS가 주도하는 여행 소비는 과잉 관광을 부추기고, 환경과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파괴적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인증샷’을 위한 방문은 일상이 됐고, 지역은 삶의 터전이 아닌 배경 소품으로 전락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은 올해 관광 허용 시간제를 도입했고,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하루 26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할 계획이다. 주민들의 불편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갈등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과밀이 아니다. 한국 관광정책은 여전히 ‘핫플레이스’와 ‘포토존’ 중심의 단기 유입 경쟁에 머물러 있다. 지자체와 관광공사는 SNS 이벤트로 관광객을 끌어모으지만, 그 방식은 지역을 소모할 뿐이다. 관광은 경험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연출로 변질됐고, 그 연출은 지역의 일상과 문화를 갉아먹는다.
세계 주요 관광지는 이미 방향을 바꿨다. 두브로브니크는 실시간 입장 통제로 과잉 관광을 통제하고, 교토는 행동규범과 예약제로 질서를 세웠다. 베니스는 입장료와 크루즈 제한으로 도시를 보호한다. 그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관광은 도시와 공존해야 하며, 양적 팽창보다 질적 전환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여전히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머문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관광으로 도시를 얻는 것이 아니라, 관광 때문에 도시를 잃게 된다. 관광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관광은 문화다. 그리고 문화는 결코 소모품이 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본적 전환이다.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살아보는 경험’을 만드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관광의 출발점이며, 한국 관광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