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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선박(Transport)

크루즈 여행의 그림자…떠다니는 도시가 남긴 환경 발자국

화려한 갑판 뒤에 숨겨진 탄소 배출과 해양 오염의 실태…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뉴스트래블=김남기 기자] 크루즈 여행은 고급스러운 휴식과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관광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떠다니는 도시들이 남기는 환경적 흔적은 점점 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대기오염, 해양 생태계 파괴, 규제의 허점까지 - 크루즈 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탄소와 미세먼지, 항만 도시를 뒤덮다

환경단체 Transport & Environment(T&E)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크루즈선은 승객 1인당 1km 이동 시 약 401g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 이는 고속열차 유로스타의 36배, 항공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인 카니발 크루즈의 선박은 평균적으로 712kg/km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항만 도시에도 이어진다. 크루즈선은 정박 중에도 디젤 엔진을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며, 이 과정에서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10) 등이 대량으로 배출된다. 바르셀로나항에서는 크루즈선이 연간 NOx 700톤, PM10 60톤을 배출하며 전체 항만 배출량의 12%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주요 도시들은 이에 따라 크루즈 입항을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바다를 병들게 하는 폐기물과 규제의 빈틈

크루즈선은 하루 평균 380톤의 연료를 소비하며, 자동차 8만 대 분량의 CO₂를 배출한다는 독일자연보호협회(NABU)의 보고도 있다. 이와 함께 선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전 세계 해운 산업 폐기물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다. 오폐수,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등이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며, 바다거북이나 해양 포유류와의 충돌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량을 3.5%에서 0.5%로 줄이는 규제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많은 크루즈선은 규제 회피를 위한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규제 강화와 지역 항만의 감시 체계 구축,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크루즈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지구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이 돼야 한다. 친환경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를 선택하고, 기항지에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를 실천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화려한 갑판 위에서의 칵테일 한 잔이 바다 생태계의 고통 위에 놓여 있지 않도록, 여행자의 선택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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