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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특집 ] 바다 위의 재앙들…크루즈 대형 사고가 남긴 경고

화려한 항해의 이면, 인재와 자연이 만든 참사들…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뉴스트래블=편집국 ] 크루즈 여행은 낭만과 여유의 상징이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 벌어진 대형 사고들은 그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빙산에 부딪힌 타이타닉호, 선장이 먼저 도망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 이들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해양 안전의 기준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우리는 그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 불침선의 오만 … 타이타닉과 엠프레스호

1912년, 타이타닉호는 ‘침몰하지 않는 배’라는 자만 속에 첫 항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북대서양의 빙산은 그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구명정은 승객 수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했고, 선내 방송은 혼란만 키웠다. 차가운 바다에 뛰어든 승객 대부분은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었고, 15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 참사는 결국 국제 해상 안전 규정(SOLAS)을 탄생시켰다.

 

2년 뒤, 캐나다 세인트로렌스 강 하구에서 엠프레스 오브 아일랜드호가 화물선과 충돌했다. 짙은 안개 속 사고는 단 14분 만에 선박을 수장시켰다. 승객들은 대피할 틈도 없이 선실에 갇혔고, 사망자는 1012명에 달했다. 이 사건은 선박 간 통신 체계와 항해 시야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 책임 회피의 비극 …오세아노스호와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1991년, 남아프리카 해안에서 침수된 오세아노스호는 선장이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사건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놀랍게도 구조는 선내 공연팀과 일부 승무원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방송 장비로 구조를 요청하고 승객들을 대피시켰으며, 탑승자 571명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책임감 없는 리더십’은 사회적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승무원 교육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2012년, 이탈리아 해안에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암초에 충돌했다. 선장은 항로를 임의로 변경했고, 사고 직후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 구조는 혼란 속에 진행됐으며, 32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했다. 선장은 결국 과실치사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사건은 선장 책임과 위기 대응 매뉴얼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 폭풍과 침묵 … 동방지성호, 트라이엄프호, 바이킹 스카이호

2015년, 중국 양쯔강에서 폭풍우에 휩쓸려 전복된 동방지성호는 456명 중 단 12명만 생존하고 444명이 사망했다. 선박은 급속히 기울었고, 구조 요청은 지연됐다. 특히 인근 선박이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사실이 드러나며 사회적 분노를 일으켰다. 이 사고는 중국 내륙 수로 안전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고, 구조 책임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2013년, 멕시코만에서 엔진실 화재로 전력 공급이 끊긴 카니발 트라이엄프호는 5일간 표류했다. 냉장고는 멈췄고, 화장실은 마비됐으며, 하수가 역류해 선내는 불결한 환경에 빠졌다. 승객들은 샤워실을 임시 화장실로 쓰고, 비상용 봉투에 배설물을 처리해야 했다. 구조는 닷새 만에 예인선으로 이루어졌고, 이후 카니발사는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안전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2019년, 노르웨이 해안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한 바이킹 스카이호에는 1373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강풍 속에서 헬기 5대가 투입돼 밤샘 구조 작전이 이어졌고, 479명이 공중으로 구조됐다. 나머지 승객들은 재가동된 엔진으로 항구까지 이동했다. 이 사건은 위기 대응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며, 구조 시스템 현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기억과 교훈…안전은 선택이 아니다

이들 참사는 단순한 해양 사고가 아니다. 기술적 결함, 인적 과실, 자연재해, 그리고 윤리적 책임까지 - 크루즈 산업은 매번 새로운 교훈을 남겼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사고 이후 규제를 강화했고, 선박 설계와 승무원 교육도 진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원칙은 흔들려선 안 된다.

 

화려한 갑판 위의 여유가 진정한 평온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재앙을 기억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지만, 결코 모든 것을 용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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