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8.3℃
  • 구름많음강릉 12.0℃
  • 서울 8.8℃
  • 흐림대전 8.3℃
  • 박무대구 4.1℃
  • 구름많음울산 11.7℃
  • 흐림광주 10.1℃
  • 흐림부산 15.5℃
  • 흐림고창 13.5℃
  • 제주 18.5℃
  • 흐림강화 9.8℃
  • 흐림보은 3.8℃
  • 흐림금산 5.2℃
  • 흐림강진군 8.7℃
  • 구름많음경주시 6.5℃
  • 흐림거제 10.7℃
기상청 제공

[섬의 재구성② 대안] 섬과 기업이 만날 때…혁신이 바꾸는 ‘섬 지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대한민국 섬 관광의 고질적 병폐였던 '인프라 위주의 깜깜이 개발'을 멈추기 위해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섬이 가진 고유한 생태·문화 자원에 민간 기업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이식하는 이른바 ‘섬-기업 매칭’ 프로젝트다. 한국관광공사의 보고서는 이제 섬 관광의 주도권을 관(官)에서 민(民)으로 과감히 넘겨야 한다고 제언한다.

 

 

단순한 방문객 유치 넘어 ‘정주하는 관광’으로…Better里 사업의 실험

그 중심에는 ‘Better里(배터리)’ 사업이 있다. 이는 인구 소멸 지역인 섬에 관광 벤처와 스타트업을 매칭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과거처럼 섬에 데크를 깔고 전망대를 짓는 데 예산을 쏟아붓는 대신, 기업들이 직접 들어가 섬의 유휴 공간을 워케이션(Work+Vacation)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섬의 자원을 활용한 독창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한다.

 

실제로 비양도와 같은 섬들에서 시도되는 무인도 관광 콘텐츠 운영사나 지역 주민 협의체와 결합한 관광 벤처들은 기존의 ‘보는 관광’을 ‘머무는 관광’으로 빠르게 전환시키고 있다.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 섬 주민은 일자리와 소득을 얻으며, 관광객은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특화된 콘텐츠를 누리는 ‘삼각 상생’ 구조다.

 

기업의 ‘실행력’과 섬의 ‘원천 자원’이 만나는 지점

보고서가 제안하는 핵심 전략은 ‘고객 지향적 실증’이다.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공사하는 방식은 실제 관광객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해 ‘유령 시설’을 양산하기 일쑤였다. 반면 관광 기업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고객이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발굴한다.

 

예를 들어, 섬의 노후된 폐교나 빈집을 단순 보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브랜딩 감각을 더해 MZ세대를 겨냥한 감성 숙소나 로컬 푸드 다이닝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식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시·군 지자체가 사업 종료 후에도 기금을 활용해 민간 기업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섬은 더 이상 고립된 땅이 아닌,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

전문가들은 섬을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오지가 아닌, 혁신이 일어나는 ‘테스트베드’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이나 탄소 중립 관광 등 미래형 관광 모델을 실현하기에 섬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섬의 재구성’은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섬의 정체성과 만날 때, 인구 소멸의 상징이었던 섬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단순히 '배가 다니는 곳'이 아니라 '기업이 탐내는 곳'으로 섬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것, 이것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