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태평양 한가운데,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기조차 어려운 작은 점 하나가 있다. 나우루 공화국. 국토 면적 21㎢, 인구 약 1만 명.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했던 나라다. 그러나 지금 이 섬을 둘러싼 풍경은 번영의 기억보다, 고립과 붕괴의 흔적에 가깝다. 나우루는 사라진 자원이 남긴 질문 위에 서 있다.
인광석이 만든 기적과 착시
나우루의 역사는 인광석과 함께 시작되고, 인광석과 함께 무너졌다. 20세기 초, 섬 중앙부에서 고농도의 인광석이 발견되면서 나우루는 순식간에 태평양의 부유한 섬국가로 떠올랐다. 비료 원료로 각광받은 인광석 덕분에 독립 이후 나우루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 없는 국가, 무료 의료와 교육, 해외 투자 수익을 약속할 수 있었다.
1970~80년대 나우루의 1인당 소득은 호주, 일본을 웃돌았다. 그러나 그 번영은 지하자원을 파내는 속도만큼 빠르게 소비됐다. 국토의 약 80%가 채굴로 훼손됐고, 섬의 심장은 뾰족한 석회암 기둥만 남은 황무지로 변했다.
땅을 잃은 국가
인광석이 고갈되자 문제는 한꺼번에 드러났다. 농업은 불가능했고, 식수는 빗물 저장과 해수 담수화에 의존해야 했다. 채굴 이후 방치된 중앙 고원은 인간의 거주 자체가 어려운 지형이 됐다. 사람들은 해안선을 따라 좁은 띠 모양으로 몰려 살기 시작했다. 자원이 사라진 뒤 남은 것은 국가 운영의 대안 부재였다. 무리한 해외 투자 실패, 금융 스캔들, 국제 소송이 이어졌고 국부펀드는 사실상 소진됐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섬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전락했다.
난민 수용소와 또 다른 고립
2000년대 이후 나우루는 새로운 역할을 떠안게 된다. 호주 정부의 난민 외주 수용 정책이다. 나우루에는 난민 수용 시설이 설치됐고, 이는 국가 재정의 중요한 수입원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나우루는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섬 감옥’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수용소 운영은 섬의 경제를 잠시 떠받쳤지만, 사회적 긴장은 누적됐다. 외부에 의존한 생존 방식은 나우루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관광 산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정기 항공편조차 제한적이다. 이 섬은 국가이지만, 세계와의 연결선은 극도로 얇다.
보이지 않는 여행 금지
나우루는 법적으로 출입이 금지된 곳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접근이 매우 어렵다. 비자 발급은 까다롭고, 숙소와 교통 인프라는 제한적이며, 촬영과 취재에는 각종 허가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곳은 ‘볼거리’를 기대하고 찾을 장소가 아니다. 훼손된 중앙 고원은 침묵하고 있고, 해안 마을은 생존의 최소 단위로 유지되고 있다. 나우루를 여행한다는 것은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국가 붕괴 이후의 시간을 마주하는 일에 가깝다.
금단의 여행지라는 의미
나우루가 금단의 여행지로 분류되는 이유는 위험 때문이 아니다. 이곳에는 절벽도, 독성 호수도 없다. 대신 한 국가가 선택과 착오 끝에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섬은 묻는다. 자원이 사라진 뒤에도 국가는 지속될 수 있는가. 번영을 관리하지 못한 사회는 어떤 시간을 통과하게 되는가. 나우루는 폐허가 아니다. 그러나 경고에 가깝다. 지도 위의 작은 점은, 세계가 외면한 결과의 축소판처럼 태평양 위에 떠 있다. 이곳을 ‘금단’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미래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