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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특집] 하늘위의 격차…미국 vs 한국 항공사 조종사 급여

"억대 연봉은 기본, 그러나 차이는 하늘처럼 넓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비행기를 조종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다루는 일이 아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고, 시간과 시차를 넘나드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래서 조종사는 늘 ‘꿈의 직업’으로 불렸고, 많은 이들이 그 보수와 사회적 지위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같은 조종사라 해도 국적에 따라 현실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과 한국의 하늘은 그만큼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 미국, 억대 연봉을 넘어서는 하늘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2024년 자료에 따르면 항공사 조종사·부기장·비행기술자의 중간 연봉은 22만 6천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억 원에 이른다. 특히 대형 항공사의 시니어 기장, 즉 수만 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은 베테랑은 기본급과 초과근무 수당, 장거리 운항 보너스까지 더하면 연간 수억 원대, 많게는 7억 원 이상을 손에 쥔다. 국제선을 오가는 일부 기장은 ‘억대 연봉자’가 아니라 ‘수십억 원대 소득자’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강력한 조종사 노조가 협상력을 발휘해 초과근무와 대기 시간까지 세밀하게 계약에 반영하는 것도 이 같은 보수 체계를 뒷받침한다.

 

◇ 한국, 안정적이지만 낮은 수익 구조

반면 한국의 현실은 안정적이지만 보수는 제한적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들은 신입 부기장 시절 연 5천만~7천만 원 선에서 출발한다. 경력을 쌓으면 1억 원을 넘어 1억 2천만 원 안팎에 도달하고, 기장으로 승진하면 1억 5천만 원 전후가 일반적이다. 일부 장거리 노선이나 대형 기종을 맡는 고경력 기장은 2억 원대 연봉을 받기도 하지만, 이는 흔치 않은 사례다. 저비용항공사(LCC)에서는 이 격차가 더 크다. 신입 부기장이 4천만~6천만 원 수준에서 시작해 경력과 노선 배정에 따라 1억 원대에 오르지만, 미국의 평균에도 미치기 어렵다.

 

◇ 같은 하늘, 다른 조건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무엇보다 시장 규모의 차이가 크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항공 시장으로, 국내선만 해도 전 세계 항공편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장거리 노선과 대형기 운항이 빈번하다 보니 비행 시간 자체가 길고, 이에 따라 수당과 보너스가 두텁게 쌓인다. 반면 한국은 지리적 여건상 국내선은 짧고, 국제선도 한정적이다.

 

노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조종사들은 단체협상을 통해 초과근무와 휴일 보상, 대기 시간 보수를 꼼꼼히 챙기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하다. 조종사 개인이 받는 총보수가 큰 폭으로 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다.

 

◇ 보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한국에도 장점은 있다. 공적 의료보험과 사회복지 제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생활 안정성은 미국 못지않다. 근무 환경도 상대적으로 체계적이고, 비행 스케줄이 지나치게 과중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비와 훈련비는 큰 부담이다. 비행학교 등록, 각종 자격 취득, 기종 전환 훈련을 합치면 수억 원이 들어간다. 미국 역시 비용이 비싸지만, 높은 연봉 덕에 투자 회수 속도는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

 

◇ 앞으로의 과제

결국 한국과 미국 조종사의 현실은 “같은 하늘을 날아도 다른 풍경을 본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조종사들은 세계 최대 항공 시장과 강력한 노조의 힘 속에서 억대 연봉을 넘어 수십억 원대 소득도 가능하다. 한국 조종사들은 안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항공사의 수익 구조와 국가의 사회적 제도, 노사 협력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조종사 교육비 지원을 늘리며, 보수 체계를 개선한다면 격차는 점차 좁혀질 수 있다. 하늘은 늘 열려 있고, 조종사가 마주할 미래 또한 새로운 항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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