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기자] 하늘을 향한 인간의 도전은 상상에서 시작해 현실을 넘어 우주로 이어지고 있다. 연과 천등으로 하늘을 가늠하던 시절부터, 라이트 형제의 동력 비행, 초음속 여객기, 그리고 친환경·자동화 항공기와 우주 발사까지, 인류는 끊임없이 중력을 극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이 특집에서는 하늘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도전과 그 실험이 현실이 되어 온 과정,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조망한다.

◇ 신화에서 과학으로, 하늘을 향한 첫걸음
인류는 오래전부터 하늘을 향한 욕망을 품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려 했고, 동양에서는 연과 천등을 띄워 하늘과 소통하고자 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비행은 인간 존재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었다.
중세까지는 공기역학적 이해가 없었기에, 인간은 직관과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9세기 코르도바의 학자 압바스 이븐 피르나스는 날개를 달고 절벽에서 뛰어내렸으며,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오니소프터와 나선형 비행 장치를 설계해 공기 흐름을 예견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 시도들은 과학적 비행의 초석이 됐다.
◇ 열기구와 비행선, 하늘에 떠오르다
18세기 후반, 몽골피에 형제가 개발한 열기구는 인류 최초의 유인 비행에 성공했다. 이어 1852년 앙리 지파르드는 증기기관을 장착한 비행선으로 24km를 비행하며 동력 비행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세기 초, 체펠린 비행선은 장거리 항공 운송을 주도했지만 1937년 힌덴부르크호 폭발 참사로 비행선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 시기는 '하늘에 뜨는 것 자체'가 기적으로 여겨지던 시기였다.
◇ 라이트 형제와 동력 비행의 서막
비행의 전환점은 19세기 말 글라이더 실험에서 비롯됐다. 오토 릴리엔탈은 수백 차례의 활공 실험으로 양력의 원리를 실증했고, 그의 업적은 라이트 형제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1903년 라이트 형제는 ‘플라이어 1호’로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12초 동안 36m를 날았을 뿐이지만, 이는 항공 시대의 서막이었다.
같은 시기 조지 케일리는 양력과 항력의 원리를 정립하며 ‘항공공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됐고, 현대 항공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 속도를 향한 경쟁, 제트 시대의 개막
1939년, 세계 최초의 제트기 하인켈 He 178은 비행기의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1952년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 ‘드 하빌랜드 코멧’은 반복된 비행으로 금속에 균열이 생기는 ‘피로 균열’ 문제 때문에 사고를 겪었고, 항공기 안전 기준 강화의 계기가 됐다. 이후 보잉 707은 200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대형 여객기로 대중 항공 시대를 열었고, 1969년 첫 비행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마하 2로 대서양을 횡단하며 기술 경쟁의 상징이 됐다.

◇ 자동화와 친환경의 하늘
21세기 항공의 핵심 키워드는 ‘속도’가 아니라 ‘효율과 지속 가능성’이다. 에어버스 A380은 최대 853명을 태울 수 있어 ‘하늘 위의 궁전’이라 불렸고, 드론과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은 조종사의 개입을 최소화한 비행 시대를 열었다. 최근에는 전기·수소 기반 항공기가 개발되며 탄소중립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진행 중이다.
◇ 한국의 하늘 이야기
한국 항공의 역사는 독립과 자주의 서사와 맞닿아 있다. 1922년 김영환 선생은 국내 최초 비행에 성공하며 민족 항공의 씨앗을 뿌렸다. 해방 이후 1948년 대한민국 공군 창설은 항공산업의 기틀을 마련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산 항공기 개발을 넘어 우주항공 분야로 확장했다.
특히 2021년부터 이어진 누리호 프로젝트는 한국이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 끝나지 않은 비행의 꿈
항공의 역사는 단순히 하늘을 나는 기술의 진보만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상상력과 도전, 실패와 극복이 이어진 긴 여정이다. 연에서 시작된 비행은 이제 우주를 향하고 있으며, 하늘은 여전히 인류가 탐험해야 할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현재 항공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자동화·우주 확장'이다. 유럽항공안전청(EASA)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하며 전기·수소 기반 항공기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2035년까지 수소 추진 여객기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보잉도 지속가능항공연료(SAF)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우주 분야에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변화가 두드러진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을 상용화해 발사 비용을 크게 줄였으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NASA는 2020년대 후반 달 재착륙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인도, 중국 역시 화성 탐사와 위성 발사 경쟁에 뛰어들며 우주 개발의 다극화가 진행 중이다.
한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는 차세대 교통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조비 에비에이션, 볼로콥터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를 개발 중이며, 우리나라 역시 2025년 시범 노선을 목표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항공은 더 이상 ‘지구를 나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환경 문제 해결, 교통 혁신, 우주 개척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동시에 맞물리며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비행의 미래는 아직 쓰이고 있으며, 그 종착지는 인류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하늘을 날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하늘을 꿈꾸기 위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