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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칼럼] 하나투어, AI 혁신 뒤 남은 신뢰의 그림자

기술로 성과를 보여도 윤리와 책임은 뒤따라야 한다

[뉴스트래블=관리자 ] 하나투어가 최근 AI 기반 멀티 에이전트 플랫폼 ‘하이(H-AI)’를 전면 도입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상담부터 예약, 일정 설계까지 AI가 함께하는 서비스는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객 문의 처리 속도를 높였다는 성과를 회사 발표 기준으로 내세운다. 항공권 환불 문의가 감소했다는 수치와 이용자 증가율은 언뜻 혁신의 증거처럼 보인다. 전통 여행사가 스스로 디지털 OTA로 환골탈태하는 듯한 모습은 매혹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그림자가 남아 있다.

 

대표적인 그림자는 2017년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다. 하나투어는 외주업체 직원의 PC를 통한 해킹으로 3만 건 이상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당시 암호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추가 인증 절차가 없었다는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다. 법원은 이를 ‘관리 소홀’로 판단하며 회사와 책임자에게 벌금형을 확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불안과 신뢰 붕괴는 단순한 벌금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AI가 아무리 진보해도 소비자의 눈앞에 떠오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내 정보는 안전한가?”

 

최근 하나투어는 이러한 과거 사건을 의식한 듯 정보보호 체계 강화와 보안 인증 취득 계획을 공개했다. 회사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보호팀 운영, 접근통제 및 암호화, 내부 감사, AI 플랫폼 보안 강화, AWS 파트너 소프트웨어 인증 취득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완전한 책임 청산’과 ‘피해 보상’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보안 강화 계획과 인증 취득이 실제로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현재의 보도와 회사 발표는 성과 수치에 치중해, 소비자 보호와 내부 불만, AI 오류 대응 등 핵심적인 윤리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AI가 추천과 상담을 자동화한다고 해서, 잘못된 예약이나 일정 오류로 인한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하고 소비자가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환골탈태란 기술의 성과보다 책임의 무게를 먼저 감당할 때 성립한다. 하나투어는 과거 유출 사고를 명확히 직시하고, 고객 데이터 보호와 소비자 보호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외부 검증과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 위에 AI 혁신을 더할 때, 비로소 ‘기술과 신뢰가 함께 진화한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술은 강력한 도구지만, 책임을 덮는 장막으로 사용될 때 혁신은 도피가 된다. 화려한 성과 지표가 아닌, 과거와 현재의 책임을 동시에 드러내는 투명한 태도야말로 기업이 진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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