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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칼럼] 좌충우돌 공항 가는 길

실수만큼 값진 여행 교재는 없다

[뉴스트래블=관리자] 공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계획은 늘 무너지고, 사건은 예측 불가의 연극처럼 꼬인다. 여행자는 그 속에서 울지 못하고 웃지도 못한 채, 코미디 무대의 주연으로 끌려나온다.

 

◇ 늦잠, 여행의 첫 함정

눈을 떠 보니 출발 세 시간 전. 알람은 다섯 번이나 울렸지만, 내 귀에는 그저 ‘자장가’였다. 국제선 세 시간 전 도착이라는 금언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양말은 짝짝이, 가방은 대충. 허겁지겁 집을 나선 순간 깨달았다. 여행은 공항에 가기 전 이미 시작되며, 출발지는 언제나 ‘멘붕’이다.

 

◇ 콜비와 버스, 교통의 유머

택시 앱을 켜자마자 날아온 한마디. “콜비 5천 원 따로요.” 비행기도 못 탔는데 지갑이 먼저 이륙했다. 뒤늦게 보니 공항버스가 있었다. 좌석은 널찍, 기사님은 DJ처럼 방송까지. 택시는 편리했지만 오늘의 수업료였다. 길은 많아도 지갑은 하나라는 교훈만 남았다.

 

◇ 캐리어의 반란

체크인 카운터. 무심한 숫자 23.5kg이 떠오른 순간, 직원의 미소와 함께 초과요금이 날아왔다. 신발을 꺼내 간신히 통과했지만, 지퍼가 터지며 속옷이 반란군처럼 흩어졌다. 캐리어는 동맹군이자 배신자였다. 결국 체면을 팔아 요금을 아낀, 씁쓸한 승리였다.

 

◇ 보안검색대, 굴욕의 무대

벨트를 풀고, 동전을 쏟고, 신발을 벗는 순간 나는 여행자가 아닌 ‘마술사’였다. 가방 속 밑바닥에서 노트북이 끌려 나오는 동안, 뒤에 선 사람들의 눈빛은 레이저처럼 날카로웠다. 보안검색대는 권위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굴욕과 민망함을 주는 무대였다.

 

◇ 액체 규정, 성스러운 100ml의 벽

편의점 생수 500ml는 휴지통 직행. 기내에서 무료 생수가 기다린다는 건 이미 늦은 뒤였다. 왜 100ml일까, 왜 500ml는 안 될까. 억울함이 차올랐지만, 규칙 앞에서 여행자는 늘 양처럼 순해진다.


 ◇ 환전과 공항 프리미엄

출국 직전 환전을 시도하자 지갑은 순식간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공항 환율은 웃음이 나올 만큼 높았고, 편리함은 값비싼 수업료였다. 공항에서 환전한 돈은 절반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 편리함 뒤에는 언제나 비용이 숨어 있었다.

 

◇ 면세점의 미로

면세점은 ‘판단력 시험소’였다. 화려한 할인율에 홀려 쇼핑백만 늘었지만, 도착지에선 같은 물건이 더 싸게 팔리고 있었다. 면세가 아니라 ‘면세 착각’의 현장이었다.

 

◇ 게이트 마라톤

탑승구는 늘 제일 끝. 캐리어를 끌고 20분을 달려 도착하면 승무원이 웃으며 말한다. “마지막 탑승객이십니다.” 숨이 턱에 차올랐지만, 나는 졸지에 마라톤 완주자가 됐다. 공항은 체력장, 정신력 시험장, 모두를 겸비한 거대한 운동장이었다.

 

◇ 전자탑승권, 하이테크의 함정

“종이는 구시대”라며 전자탑승권만 믿었다. 그런데 휴대폰 배터리 잔량 5%. 게이트 앞에서 꺼지는 순간, 나는 첨단을 믿은 원시인이 됐다. 기술은 언제나 편리와 불안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 기내 수하물 전쟁

비행기 선반은 작은 전쟁터다. 늦게 타면 가방은 뒷자리로 추방되고, 내릴 때는 뒤바뀌어 굴러다닌다. 가방은 주인을 떠나기도, 기다리기도 않는다. 여행자는 선반 앞에서 늘 생존을 연습한다.

 

◇ 실수는 최고의 기내식 양념

늦잠, 콜비, 초과요금, 굴욕, 액체 규정, 환전, 면세 쇼핑, 게이트 마라톤, QR코드 대참사, 선반 전쟁.

공항은 언제나 여행자를 허둥대는 바보로 만들지만, 그 실수 하나하나가 값진 교재다. 웃프게도 우리는 이 코미디를 반복하며 자란다. 결국 여행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엉뚱한 실수들로 더 맛있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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