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서울의 가을이 예년과 달리 낯설게 빛난다. 26일부터 한 달간 펼쳐지는 '홍콩 위크 2025@서울(Hong Kong Week 2025@Seoul)'은 단순한 문화 행사 그 이상이다. 거리를 거닐다 마주치는 음악, 극장에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 미술관 벽을 채운 동서 회화, 스크린에 살아나는 홍콩 영화의 장면까지. 서울의 일상이 한순간 예술로 채워진다.
홍콩 정부 여가문화서비스국(LCSD)과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기획한 이번 행사는 문화 교류라는 겉모습 뒤에, 도시 외교와 창작 네트워크 확장의 전략적 목적을 담고 있다. 홍콩은 서울을 통해 ‘동서의 교차로’라는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한국 관객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 예술과 공연, 감각의 흐름
축제의 문을 열면 먼저 미술 전시가 관객을 맞이한다. 중국 화가 우관중의 작품은 먹의 여백과 강렬한 색채 대비 속에서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며, 축제 주제인 ‘교차와 융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의 작품 속 도시 풍경과 인물 묘사는 동서양의 시각적 차이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관객은 전시장을 거닐며 시각적 몰입과 함께 홍콩 문화의 정수를 느낀다.
공연장으로 향하면 관객은 이미 예술적 전율 속에 있다. 댄스 공연에서는 24절기를 모티프로 계절의 흐름을 표현하고, 무용수의 섬세한 몸짓과 디지털 영상이 결합해 독특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홍콩과 한국 학생들의 협업 작품은 두 도시 청년들의 창작적 교감을 보여준다.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무대 위 감각적 대화의 일부가 된다.

음악 또한 축제의 중심축이다. 홍콩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은 서정적 선율과 현대적 리듬의 공존을 보여준다. 전통 악기 연주는 천년의 울림을 전달하며, 아시아 다국적 연주자들의 협업 심포니는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한·홍 예술계의 교차와 연대를 증명한다.
영화 프로그램은 축제의 또 다른 매력이다. ‘Movies-to-GO’는 홍콩과 한국이 공동 제작한 작품과 고전 영화를 상영하며, 두 도시의 영화적 DNA를 보여준다. ‘Making Waves’ 기획전은 변화하는 홍콩 사회와 인간 군상을 통해 도시와 정체성을 기록한다. 광화문광장의 야외 스크린에서는 홍콩 고전 영화 <가을 이야기>가 상영되어, 서울의 한복판이 잠시 홍콩의 거리로 변모한다.

◇ 패션, 디자인, 만화가 만드는 색채
홍콩 디자이너들의 LOCAL POWER 2025 패션 전시는 AI 기술과 K-팝, 캔토팝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패션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단순한 의상 쇼가 아니라, 관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하고 사진을 찍으며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홍콩과 한국 젊은 디자이너들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은 동서 문화의 교차점을 생생히 보여준다.
또한 홍콩 만화와 서브컬처 전시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관객은 그림 그리기 워크숍, 캐릭터 코스튬 체험, VR 게임 등을 통해 홍콩 만화 특유의 색감과 감각을 몸으로 느낀다. 거리 곳곳의 팝업 전시와 야외 무대, 아티스트 토크와 워크숍은 관객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축제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
이러한 설계는 온라인 기사 독자가 “직접 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며, SNS 공유 욕구까지 자극한다.

◇ 서울이라는 무대, 전략적 선택
홍콩이 서울을 무대로 삼은 이유는 단순한 공연 투어가 아니다. 문화 외교와 도시 브랜딩, 창작 네트워크 확대라는 전략적 목적이 숨어 있다.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 속에서 서울은 아시아 예술 교류의 중심지이자 창작 허브다. 이번 축제는 홍콩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한국과 긴밀한 창작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무대이기도 하다.
관객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동서 예술의 대화 속에서 직접 느끼고 참여하는 경험을 얻는다. 공연과 전시, 패션과 영화, 워크숍을 통해 홍콩 문화의 뿌리와 현대적 변주를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 도전과 기대, 그리고 한 달의 여정
축제에는 도전도 따른다. 홍콩 특유의 감각이 한국 관객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지, 난해함과 대중성의 균형은 적절할지, 65개의 프로그램을 모두 체험할 수 있을지 모두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축제의 진정한 매력이 드러난다. 예술은 낯설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서 이어지는 공연과 전시, 패션과 영화, 워크숍은 관객과 예술가, 도시와 도시가 서로를 거울삼아 반응하는 순간을 만든다. 관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축제의 일부가 된다.
결국 홍콩 위크 2025@서울은 한 달간 펼쳐지는 동서 문화의 교차점이자, 서울 시민이 잊지 못할 가을의 기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번 홍콩 위크처럼, 앞으로는 또 어떤 도시의 문화가 서울의 거리를 채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