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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이름으로 떠나는 도시 여행…뉴욕·이스탄불①

이름이 바뀐 도시, 정복의 흔적을 걷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권력과 야망, 패권의 흔적이며, 여행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다. 뉴욕과 이스탄불, 두 도시는 그 이름만으로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이 된다. 여행자가 이름의 기원을 알면, 빌딩 숲 사이를 걷는 발걸음과 해협을 따라 흐르는 바람 속에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뉴욕에서는 네덜란드와 영국, 식민지의 충돌과 정복의 서사를, 이스탄불에서는 비잔티움과 콘스탄티노플, 오스만 제국을 거친 권력과 문화의 교차점을 이름 속에서 읽을 수 있다. 여행자는 그렇게 도시의 풍경 속에서, 이름이 남긴 전쟁과 승리,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오늘 우리는 이 정복의 흔적을 따라, 뉴욕과 이스탄불로 떠난다.

 

 

◆ 뉴욕, ‘뉴 암스테르담’을 지운 이름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면, 그것이 한때 ‘뉴 암스테르담’이라 불리던 네덜란드의 전초 기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1624년, 네덜란드는 이곳에 무역 식민지를 세우고 튤립과 비버 모피로 번영을 꿈꿨다. 그러나 40여 년 뒤 영국 함대가 허드슨 강으로 진입하며 상황은 급변했다.

 

네덜란드 깃발이 내려가고,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뉴욕(New York)’ - 영국 왕 찰스 2세가 동생 요크 공작을 기리며 선포한 이름이다. 식민지 정복의 증거, 승리의 문서였다.

 

오늘날 여행자가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거나 월스트리트를 걸을 때, 그 풍경은 단순한 금융과 문화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정복자가 이름을 새기며 자신들의 시대를 열었다”는 흔적 위에 세워진 세계의 수도다. 뉴욕의 이름은 그 자체로 정복의 기록이며, 이제는 그 정복을 삼켜버린 세계인의 도시로 살아 숨 쉰다.

 

 

◆ 이스탄불, 제국의 이름을 품은 도시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르는 바람 속에서 이스탄불을 바라보면, 도시의 이름이 얼마나 많은 권력자의 꿈과 야망을 품어왔는지 실감할 수 있다. 기원전 7세기 그리스인들은 이곳을 비잔티움(Byzantium)이라 불렀다.

 

4세기,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이곳을 제국의 중심지로 삼으며 이름을 바꿨다.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곧 ‘콘스탄티누스의 도시’였다. 이후 천 년 이상 기독교 세계의 심장부로 빛나던 이름은, 1453년 오스만 제국의 무함마드 2세가 정복하면서 또다시 바뀌었다. 사람들은 그리스어로 “도시 안으로”(이스 틴 폴린)라 불렀고, 오스만 제국은 이를 받아 이스탄불(Istanbul)이라 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도시의 본질은 여전히 제국의 교차로였다. 여행자가 아야 소피아의 돔 아래를 거닐고 블루 모스크의 첨탑을 바라보며 해협을 따라 걸을 때, 정복과 신앙, 제국과 문화가 교차하는 역사적 순간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 이름은 정복자의 낙인, 여행자는 그 흔적의 목격자
뉴욕과 이스탄불. 두 도시는 대서양과 지중해를 가르며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정복자가 이름을 바꿨다는 것. 이름은 단순한 지리적 표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승리의 선언이었고,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었다.

 

오늘날 여행자는 비행기를 타고 손쉽게 두 도시에 닿지만, 이름의 변천과 역사를 아는 순간, 도시의 골목과 해협, 광장과 거리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증거로 다가온다. 뉴욕의 네온사인과 자유의 여신상, 이스탄불의 저녁 아잔(기도 소리)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정복의 시대가 남긴 메아리다. 이름에 담긴 도시,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정복으로 시작하며, 여행자는 그 흔적을 따라 걷는 증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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