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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여행, 안데스의 품과 사회의 균열 사이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사막과 빙하, 화산과 포도밭이 공존하는 이곳은 자연의 스펙트럼만큼이나 복잡한 역사를 품고 있다. 산티아고의 세련된 거리와 파타고니아의 장엄한 절경은 여행자의 로망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 불안과 치안 문제, 불평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칠레는 한국보다 12시간 늦으며, 여름철(10월~3월)에는 서머타임을 적용해 시차가 11시간으로 줄어든다. 통화는 칠레 페소(CLP), 전력은 220V / 50Hz로 한국 전자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 치안과 안전 상황

칠레는 남미 국가 중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 몇 년간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 2019년 이후 시위와 폭동이 반복됐고, 2024년에도 산티아고 중심가와 발파라이소 등지에서 물가 상승·범죄 대응을 둘러싼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미국 국무부는 현재 칠레에 대해 'Level 2 - Exercise Increased Caution(주의 강화)'를 유지 중이다.

 

치명적인 폭력 범죄보다는 절도·날치기·차량 내 도난 사건이 빈번하다. 특히 공항, 버스터미널, 지하철역, 관광지(세로 산 크리스토발, 벨라비스타 거리 등)에서는 외국인을 노린 소매치기가 자주 발생한다. 운전 중 정차한 차량의 창문을 부수고 가방을 훔치는 범죄도 보고되고 있다. 산티아고와 발파라이소에서는 밤 10시 이후 단독 이동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시위나 집회 현장 주변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2025년 들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마약 조직 관련 총격 사건도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 문화와 사회 규범

칠레인은 예의 바르고 보수적인 사회적 예절을 중시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포옹이나 볼키스는 피하고, 악수로 인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간 약속을 중시하는 편이며, 공공장소에서의 큰 소리 대화나 과도한 음주는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식당에서는 계산 금액의 10퍼센트를 팁으로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택시·호텔 등에서는 팁이 필수는 아니지만, 소액(500~1000페소) 정도를 건네면 예의로 받아들여진다. 사진 촬영 시에는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으며, 원주민 마을이나 시위 현장에서는 촬영을 삼가야 한다.

 

◇ 여행자 행동 지침

공항, 버스터미널, 관광지 등 인파가 많은 곳에서는 반드시 가방을 몸 앞으로 메고 여권·현금·카드 등을 분산 보관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을 노출하거나 테이블 위에 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택시 이용 시 길거리 호출보다는 공식 앱(예: Cabify, Didi)이나 호텔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다.

 

시위는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평화롭게 시작돼도 돌발적으로 폭력화될 위험이 있다. 최루탄이나 방패를 든 경찰이 보이면 즉시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 원칙이다. 칠레의 도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산악 지역은 곡선 도로가 많고, 겨울철(6~9월)에는 안데스 산맥 일대가 눈으로 막히는 경우도 있다. 도로 사정이 불안정할 때는 현지 교통청(UPR)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

 

◇ 출입국 및 의료 정보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 목적으로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입국 시 귀국 항공권을 제시해야 하며, 육류·과일류·식물류 반입은 검역상 금지된다. 위반 시 즉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칠레의 의료 수준은 남미에서 상위권으로 평가되며, 공립병원보다 사립병원의 의료 서비스가 빠르고 위생적이다. 진료비는 1회 50~100달러 수준으로, 여행자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수돗물은 대체로 음용 가능하나, 체질이 약한 사람은 생수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칠레는 사막과 빙하가 한 나라 안에 공존하는 드문 땅이다. 안데스의 품에서 자연은 장엄하지만, 도시의 현실은 여전히 균열을 안고 있다. 시위와 절도, 경제 불안이 교차하는 사회 속에서도 칠레의 아름다움은 경계 위에 선 이들에게만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한 손에 여권을, 다른 손에 경계를 쥔 채 그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본다면, 비로소 남미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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