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글로벌 럭셔리 관광 시장의 패러다임이 격변하고 있다. 단순히 고가(高價)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부(富)를 과시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제는 여행을 개인의 건강, 정신적 성장,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로 인식하는 '변화형 소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한국관광정책' 2025년 가을호(No. 101)의 분석에 따르면, 럭셔리 관광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이미 1조 38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규모를 형성했으며, 2031년까지 연평균 7.6%의 견고한 성장률이 예측된다(출처: ILTM, 2025). 특히, 럭셔리 관광객이 전체 관광 지출의 50%를 책임진다는 점은 이들의 소비 행태 변화가 미래 관광 산업 전반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임을 시사한다.
시장의 주도권을 쥔 새로운 '큰손들'
럭셔리 관광의 주요 소비 주체는 기존의 가족 단위에서 여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성들은 독립적인 자아 탐색과 성취감 확보를 위해 여행을 활용하며, '여성 나홀로 여행(Solo Travel)'이 메가트렌드로 부상했다. 여행 컨설팅 기관 Virtuoso 조사 결과, 혼자 여행하는 럭셔리 고객 중 71%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품 기획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대중성을 거부한 '희소성' 쟁취
새로운 럭셔리 소비자들은 모두가 아는 명소를 거부하고 희소성을 추구한다. 모두에게 알려진 '럭셔리 브랜드' 대신 '나만 아는 특별한 경험'에 가치를 둔다. 특히 중국 럭셔리 관광객 중 90%가 대중화되지 않은 니치(Niche) 목적지를 선호한다는 분석은, 럭셔리의 정의가 '공개된 부'에서 '숨겨진 경험과 성취'로 전환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향후 Z세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XZ 베타 여행'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시장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웰니스'를 넘어 '치료'를 구매하는 사람들
럭셔리 여행 콘텐츠의 핵심은 이제 웰니스(Wellness)를 넘어 '치료형(Therapeutic)'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2025년에는 여행객의 90%가 예약 시 웰니스 콘텐츠 유무를 핵심 기준으로 삼을 만큼, 웰니스는 이미 필수재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트렌드는 단순히 쉬거나 명상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건강 목표를 달성하려는 데 있다. 스위스의 크리니크 라 프레리가 7일간 3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두뇌 부스팅 프로그램'을 선보인 사례는, 럭셔리 여행이 고액의 '건강 투자 및 안티에이징' 활동이 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궁극적으로 여행을 통해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는 '변화형 여행(Transformative Travel)'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된다. 럭셔리 관광은 더 이상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개인의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이자,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완전히 재정립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