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대만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남짓 떨어져 있지만, 기후와 문화, 생활 양식은 의외로 다채롭다. 최근 ‘한 달 살기’ 트렌드 속에서 대만이 꾸준히 주목받는 이유는 안정적인 사회 기반과 합리적인 물가, 그리고 외국인에게도 개방적인 생활 환경 덕분이다.
타이베이는 단기 체류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도시다. 수도로서 행정·교통 중심 기능이 집약돼 있고, 영어 안내가 잘 돼 있어 첫 방문자도 비교적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Numbeo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타이베이의 생활비는 서울보다 약 20~30% 저렴하며, 1인 기준 월평균 생활비는 약 850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월세를 포함해도 대체로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한다.
안전 지수 역시 높은 편이다. Numbeo의 범죄·치안 지표에서 타이베이는 아시아 주요 도시 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야간에 혼자 걷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가 많고, 치안 유지와 공공질서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다. 치안 측면만 놓고 보면, 대만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안심되는 도시군’으로 꼽힌다.

의료 접근성도 큰 장점이다. 대만의 공공의료 제도인 ‘국민건강보험(NHI)’은 보편적 단일지불체계로, 저렴한 비용과 짧은 대기시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외국인도 장기 체류 등록 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으며, 의료 서비스의 질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국제 보고서(예: Commonwealth Fund 등)에서도 대만의 공공의료 체계는 효율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디지털 인프라도 강점이다. 타이베이와 가오슝 등 주요 도시는 고속 광대역망이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으며, 무료 와이파이 존도 많다. 원격근무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카페형 작업 공간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디지털 노마드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2024년 기준 Speedtest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평균 고정브로드밴드 속도는 약 190Mbps로, 아시아 상위권에 속한다.
가오슝은 남부의 대표 도시로, 타이베이보다 생활비가 약 10~15% 낮고, 기후가 따뜻해 겨울 체류지로 인기가 높다. 항만도시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현지 음식, 예술 거리, 야시장 문화 등 다양한 로컬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산업 단지와 외국인 스타트업 유입으로 젊은 세대 중심의 변화도 활발하다.

대만은 교통 인프라가 촘촘해 도시 간 이동이 쉽다. 고속철도(HSR)를 이용하면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 약 1시간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도시 내 대중교통 역시 편리하며, 환승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교통비 부담이 적다. T머니와 비슷한 ‘이카통(EasyCard)’ 하나면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대만의 접근성은 특히 매력적이다. 90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며, 항공편도 다양하다. 2025년 현재 인천–타이베이, 김포–송산, 부산–가오슝 등 직항 노선이 꾸준히 운항 중이다. 여행보다는 체류에 가까운 ‘워케이션’ 형태로 방문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대만의 한 달 살기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가볍지만 안정된 체류’의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럽처럼 비싼 물가 부담도 없고, 동남아처럼 인프라 격차가 크지도 않다. 생활비, 치안, 의료, 교통, 인터넷, 기후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균형 잡힌 한 달 살기 국가’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