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세상에는 수많은 여행지가 있고, 그곳에서 맛보는 음식만큼 강렬한 경험도 드물다. 달콤한 디저트에 감탄하고, 낯선 향에 머뭇거리기도 하는 여행자에게, 음식은 그 나라를 이해하는 작은 창이 된다.
연재 '한입의 세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독특한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역사, 문화, 생존 전략을 유쾌하고 경쾌하게 풀어낸다. 첫 번째 한입, 북극의 한 나라 아이슬란드로 떠나보자.

아이슬란드의 드넓은 빙하와 차가운 바람은 단지 풍경만 만들어내지 않았다. 바로 ‘하카를(Hákarl)’, 발효 상어라는 미식 모험을 탄생시켰다. 이름만 들어도 코가 찡하지만, 현지인에게 하카를은 겨울을 버티게 하는 생존식이자 세대를 이어온 전통의 맛이다.
처음 한 입을 베어물면, 북극의 혹독한 추위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수백 년간 이어진 생존의 지혜가 동시에 입안에서 폭발한다.
냄새에 잠시 움찔하다가도, 맛과 질감이 전하는 이야기 앞에서 여행자는 금세 매료된다.
하카를은 단순한 ‘이색 음식’이 아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옛날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상어를 땅에 묻거나 바람에 말려 독을 제거했다. 상어 고기에는 독이 있는데, 발효 과정으로만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여행자는 코를 막으며 놀라지만, 현지인들은 이 냄새를 '북극의 향기'라 부른다.
조리법은 간단하면서도 정교하다. 상어를 통째로 손질한 뒤, 지하에 몇 달간 묻어 발효시키거나 통풍이 좋은 곳에서 건조한다. 각 가정마다 발효 방식과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하카를이라도 맛과 향이 미묘하게 달라 여행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으악, 이게 뭐야!” 처음 맛보는 순간의 충격과, 이어지는 씹는 즐거움이 교차하는 경험. 하카를은 ‘먹는 것’ 이상의 체험이다. 현지에서 하카를은 문화적 상징이기도 하다.
축제, 명절, 손님을 맞이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북극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에너지 원천이 된다. 한 입을 삼키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생존 전략, 공동체적 삶, 유머 감각까지 함께 맛보는 기분이다. 음식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살아남기 위해, 맛있게 적응하고 즐겨라.’
한 접시의 하카를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북극의 냉기 속에서 수백 년간 이어진 생존의 지혜와 공동체 정신, 사람들의 유머 감각이 응축된 문화 유산이다.
여행자는 한입으로 그 모든 이야기를 함께 삼킨다. 낯선 맛을 마주하며 잠시 망설이는 순간조차, 세계를 이해하는 작은 열쇠가 될 수 있다. 다음 여행지에서도 메뉴판 앞에서 주저하지 말자. 한입이 곧 세계를 경험하는 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