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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분석] AI 뒤에 남은 인간의 자리

관광 일자리의 새로운 불평등, 기술이 만든 기회와 격차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AI가 여행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호텔 예약, 고객 응대, 마케팅까지 인공지능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관광업은 효율화의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의 최신 보고서 「The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는 한 가지 역설을 제시한다. AI가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인간의 자리를 다시 묻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AI가 도입된 호텔과 여행사는 생산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기술을 다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관광 일자리의 미래는 단순히 사라지거나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만이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다. WTTC 조사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호텔 체인은 AI가 직원의 업무 효율과 고객 평가 점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업무의 객관화를 내세운 이 시스템은 한편으로 인간의 감정노동을 수치화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친절의 온도조차 데이터로 계산되는 시대', 호텔의 미소 뒤에는 알고리즘이 있다.

 

직무의 본질도 변하고 있다. 과거의 호텔리어가 ‘서비스 전문가’였다면, 이제는 ‘데이터 분석가’가 돼야 한다. WTTC는 향후 10년간 관광업 인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꼽았다. 그러나 많은 현장 근로자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의 기술 격차가 새로운 형태의 고용 불평등을 낳고 있다.

 

국가 간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미국·유럽·중동의 대형 체인들은 이미 AI를 고객 응대와 예약, 가격 예측에 적용하고 있지만, 중소 규모의 관광기업이나 개발도상국의 사업체들은 여전히 인력 중심의 구조에 머문다. WTTC는 이를 “관광산업의 '새로운 글로벌 분기선'”이라 정의했다.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인재 경쟁에서 앞서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뒤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WTTC는 보고서에서 “AI는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도구이며, 창의력·비판적 사고·공감 능력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명시했다. 기술이 계산하지 못하는 것은 감정의 미묘함, 그리고 여행이 주는 인간적 경험이다. AI가 효율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감동을 설계해야 한다.

 

AI는 일자리를 없애지 않는다. 다만 배우지 않는 사람의 자리를 없앤다. WTTC는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이 관광산업의 생존 조건이 됐다”고 강조한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이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시대다.

 

관광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을 향하고, 감정을 다룬다. 다만 그 방식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더 치열해졌을 뿐이다. AI 시대의 관광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인간형'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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