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어서 오십시오.” 로봇이 완벽한 발음으로 인사한다. 표정은 없지만, 말투는 다정하다. 그럼에도 어떤 투숙객은 여전히 어색함을 느낀다. 기계의 친절은 정확하지만, 온도는 없다. AI 시대의 호텔에서 ‘환대’란 무엇일까.
WTTC(세계여행관광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AI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호텔 산업의 미래는 인간과 기계 중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두 존재의 조화로운 공존에 달려 있다.

완벽한 서비스가 남긴 공허함
로봇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체크인 절차는 30초 만에 끝나고, 객실의 온도와 조명은 투숙객의 취향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고객은 만족하지만, 감동은 줄어든다. ‘불편함이 없는 경험’이 곧 ‘기억에 남는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호텔의 환대는 계산된 효율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한 잔의 따뜻한 차, 한 마디의 공감이 여행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순간 - 그것이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인간의 감정이 AI를 가르친다
흥미롭게도, 기술은 다시 인간을 배우고 있다. 메리어트는 고객 감정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위로의 표현’을 학습하도록 훈련시키고 있으며, 일본의 일부 호텔은 로봇이 고객의 표정을 인식해 음성 톤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하지만 WTTC는 경고한다. “감정의 모방은 감정의 대체가 아니다.” AI가 아무리 섬세해져도, 진짜 공감은 여전히 인간의 경험에서 나온다. 호텔리어는 이제 기술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인간다움을 가르치는 ‘감정의 교사’가 되고 있다.
새로운 환대의 정의
2035년의 호텔은 기술과 인간의 공동무대다. 로봇이 고객의 편의를 담당하고, 인간은 그 관계의 의미를 완성한다. 호텔의 가치는 더 이상 객실의 크기나 가격이 아니라, “얼마나 인간적인 경험을 제공하느냐”로 측정된다.
WTTC는 이를 “Human Hospitality 2.0”이라 부른다. 기계와 사람이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공존의 시대. 기계는 효율을, 인간은 공감을 담당하며 함께 ‘완전한 환대’를 만들어간다.
완벽함보다 따뜻함을 남기는 산업
호텔은 결국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연결되는 시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마음이다.
“AI가 호텔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호텔을 기억에 남게 만드는 건 사람이다.” WTTC의 이 문장은 미래 호텔 산업의 방향을 압축한다. 기술이 환대를 완성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은 기술과 함께 더 깊은 환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것이 2035년, 진짜 호텔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