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아침 햇살이 동해를 붉게 물들이면 속초의 하루가 시작된다. 갓 잡은 오징어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끝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 창밖에서, 바다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순간, 태평양 건너 시드니의 바다도 함께 반짝이는 듯하다. 두 도시는 바다와 도시가 맞닿은, ‘자유’라는 공통의 언어로 이어져 있다.
속초는 조용하지만 생동감 있다. 해안의 파도는 단조롭지 않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부서진다. 그 변화무쌍한 리듬 속에서 여행자는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마치 시드니의 본다이 해변에서 서퍼들이 파도에 몸을 맡길 때처럼, 속초의 바다는 일상의 경계를 지운다.

바다가 도시를 품다
속초의 중심은 언제나 바다다. 해돋이 명소인 영금정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자연의 웅장함과 함께 새로운 하루의 가능성을 전한다. 바다를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 그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행렬은 도시가 아닌 ‘바다를 산책하는 길’처럼 느껴진다. 카페 거리에서는 커피 향이 바닷바람과 섞여 도시의 여유를 만든다.
시드니 역시 바다를 품은 도시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만든 도시의 실루엣은 세계적인 상징이지만, 그 주변을 감싸는 바다의 곡선이야말로 시드니의 진짜 얼굴이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도시의 화려함과 자연의 고요함이 하나로 이어진다. 속초의 영금정과 시드니 하버의 풍경은, 서로 다른 대륙에 있지만 닮은 감정을 남긴다.
파도 위의 자유, 서로 다른 리듬
속초 앞바다의 파도는 서핑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포항 근처 해변에는 보드를 든 젊은이들이 모인다. 이른 아침부터 바다에 나서 파도를 기다리는 모습은 시드니 본다이 비치의 활기찬 서퍼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속초의 바다는 조금 더 조용하고, 파도의 리듬도 느리다.
시드니에서는 서핑이 ‘일상’이라면, 속초에서는 ‘탈출’에 가깝다. 도심을 벗어나 잠시 머무는 자유, 그 짧은 해방의 시간 속에서 여행자는 스스로를 되찾는다. 두 도시의 바다는 같은 자유를 다른 속도로 전한다.

바다와 산, 두 자연의 균형
속초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다만이 아니다. 설악산이 곁에 있다. 아침에 바다를 보고, 오후에는 산에 오른다. 도심에서 30분이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 거대한 절벽과 계곡,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여행자는 도시의 소음 대신 바람소리를 듣는다.
시드니에서도 블루마운틴으로 향하면 비슷한 경험을 한다. 도심에서 한 시간 거리, 유칼립투스 향이 가득한 산길은 속초의 설악산과 묘하게 닮았다.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지리적 축복 속에서 두 도시는 자연을 ‘일상’으로 누리는 법을 알고 있다.
속초와 시드니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감정의 결은 닮았다. 도시와 자연이 한 호흡으로 이어지고, 일상이 여행처럼 흘러간다. 화려함보다 진정성, 속도보다 여유가 두 도시를 묶는 키워드다.
속초의 바다를 바라보면 시드니의 파도가 떠오르고, 시드니의 하늘 아래서 속초의 산이 그려진다. 두 도시는 서로 다른 리듬으로 자유를 노래하지만, 그 끝에는 같은 바람이 분다. 바다와 도시, 여행과 일상이 나란히 걷는 곳 - 속초와 시드니는 그렇게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