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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심층 기획⑧] 인도네시아, 디지털 노마드의 낙원으로 떠오른 ‘한 달 살기’ 최적지

발리·자카르타 중심, 원격근무와 저생활비가 만든 새로운 체류 트렌드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인도네시아 발리는 오랫동안 여행자의 섬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발리는 단기 휴양지가 아닌 ‘한 달 살기’의 중심지로 진화하고 있다.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고, 생활비는 합리적이며, 원격근무 환경까지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들이 몰려들고 있다.

 

Numbeo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발리의 생활비 지수(Cost of Living Index)는 33.5점으로, 서울(76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1인 기준 월평균 생활비는 약 650달러(약 88만 원)이며, 중형 원룸형 숙소를 포함해도 1,200달러 이하에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물가 대비 체류 만족도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숙소 형태도 다양하다. 장기 체류자들은 현지 게스트하우스보다 ‘빌라형 숙소’를 선호한다. 치앙마이나 다낭보다 임대료가 다소 높지만, 수영장과 정원, 가사 서비스가 포함된 공간이 많다. 우붓, 짱구(Canggu), 스미냑(Seminyak) 등 주요 지역마다 체류자의 성격도 뚜렷하게 나뉜다. 우붓은 조용한 자연 속 명상형 체류지로, 짱구와 스미냑은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와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가 밀집된 활기찬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발리의 또 다른 경쟁력은 비자 제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부터 ‘디지털 노마드 비자(E33G Remote Worker Visa)’를 시행해 외국인이 최대 1년간 체류하며 원격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비자는 해외 기업 소속 근로자 또는 프리랜서가 대상이며, 소득 요건(월 2000달러 이상)과 기본 신원 심사를 통과하면 비교적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기존의 관광 비자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세금 부담도 낮아 장기 체류자에게 유리하다.

 

기후 역시 장기 체류에 적합하다. 연중 기온은 평균 26~32도로 따뜻하며, 5월~10월의 건기 시즌은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11월~4월은 우기로, 짧은 시간 집중 호우가 잦아 체류 시기 선택이 중요하다. 일부 지역은 습도가 높아 숙소 내 에어컨이나 제습기 구비가 필수다.

 

치안과 생활 안전 측면에서도 큰 불편은 없다. Numbeo의 ‘Quality of Life Index’에서 발리는 약 67점을 기록하며, 범죄 지수도 낮은 편에 속한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 소매치기나 오토바이 절도 등 경미한 사건이 간혹 발생하지만, 전체적인 치안 수준은 동남아 지역 평균보다 양호하다. 현지 경찰과 커뮤니티의 대응 속도도 빠르다.

 

 

디지털 환경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코워킹 스페이스와 고속 인터넷 카페가 우붓, 짱구, 스미냑 등 주요 지역에 확산되고 있으며, 평균 고정 인터넷 속도는 80~100Mbps 수준이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외국인 대상 은행 계좌 개설도 이전보다 간소화됐다. 이러한 변화는 원격근무자들에게 “일하기 좋은 섬”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현지 문화와 음식도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나시고랭, 미고랭, 사테 등 전통 음식은 저렴하면서도 풍미가 깊고, 유기농 카페와 비건 식당이 늘고 있다. 요가와 서핑, 예술 워크숍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많아 한 달 살기 중 지루할 틈이 없다. 현지 주민들의 친절함과 외국인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도 장기 체류자들이 꼽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무엇보다 발리는 ‘삶의 리듬’을 되찾는 공간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자연 속에서 일하고 쉬는 균형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여유는 발리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보는 곳’으로 자리 잡게 했다.

 

2025년 현재 발리는 한 달 살기 트렌드의 상징적인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저비용, 안정적 생활환경, 자유로운 커뮤니티가 조화를 이루며 ‘워케이션’과 ‘슬로우 리빙’의 모델로 성장 중이다. 한 달의 시간만으로도 새로운 일상과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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