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생선도, 고기도 아닌 작은 바구니다. 그 안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가 수북이 담겨 있다. 여행자의 시선에서는 쉽게 ‘이색 음식’으로 분류되지만, 현지에서는 낯설지 않은 식재료다. 애벌레는 숲이 제공하는 단백질이고, 애따께는 그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가장 일상적인 주식이다. 이 두 음식이 한 접시에 오를 때, 코트디부아르의 식문화는 비로소 완성된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애벌레는 주로 야자수나 특정 나무에서 채취된다. 우기에 접어들면 애벌레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원이 된다. 불에 살짝 구워 먹거나, 기름에 볶아 소금과 향신료를 더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소하다. 맛만 놓고 보면 새우나 견과류와 닮았다는 표현이 자주 따라붙는다.
애벌레 식용의 배경에는 환경과 경제가 있다. 가축 사육이 쉽지 않은 지역에서 곤충은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사냥에 비해 위험이 적고, 숲을 크게 훼손하지도 않는다. 애벌레는 생존의 선택이었고, 시간이 흐르며 음식으로 정착했다. 오늘날에도 이는 특별식이 아니라 계절이 오면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르는 재료다.
애벌레 곁에는 거의 항상 애따께가 놓인다. 애따께는 카사바를 발효·가공해 만든 곡물 형태의 음식으로, 쿠스쿠스처럼 보이지만 더 촉촉하고 산뜻한 신맛이 있다. 손으로 집어 먹거나, 생선이나 고기, 그리고 애벌레와 함께 곁들인다. 발효에서 오는 은은한 산미는 기름진 재료와 잘 어울린다. 애따께는 단순한 탄수화물이 아니다. 카사바의 독성을 제거하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발효와 건조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는 서아프리카 식문화 전반에 흐르는 지혜다. 애따께는 포만감을 주고, 애벌레는 영양을 채운다. 두 음식은 기능적으로도 잘 맞물린다.
도시화가 진행된 지금도 애벌레는 사라지지 않았다. 거리 노점에서는 여전히 볶은 애벌레를 종이 봉투에 담아 팔고, 시장에서는 신선한 애벌레가 거래된다. 젊은 세대 역시 이를 완전히 낯설어하지 않는다. 다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며, 점점 상징적인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자에게 애벌레는 도전의 대상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용기를 시험하는 음식이 아니다. 그저 숲이 내준 재료를 어떻게 먹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애따께와 함께 먹을 때, 이 음식은 비로소 맥락을 얻는다.
애벌레와 애따께는 묻는다. 무엇이 이색이고, 무엇이 일상인가. 고기 중심의 식탁에 익숙한 여행자의 기준은 이 접시 앞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한 지역의 생존 방식과 환경 적응을 읽게 된다. 코트디부아르의 애벌레는 충격을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숲과 인간이 오랫동안 맺어온 관계의 결과다. 애따께 위에 올려진 애벌레 한 점은, 낯섦보다 오래된 합리성을 말해준다. 이 음식은 보기보다 조용하고, 생각보다 단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