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 대부도 남쪽, 탄도항 인근에 자리한 동주염전은 1953년 문을 연 이래 70년 가까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천일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살아있는 K-산업 미스터리다. 이곳은 단순히 소금을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하늘, 바다, 사람이 빚어내는 소금꽃의 결정체이자, 한국 근현대 제염 산업의 흥망성쇠를 증언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염전 바닥에 깨진 옹기 조각을 깔아 만드는 독특한 '깸파리 염전' 방식은 동주염전 소금에 깊고 단맛을 더하는 핵심 미스터리다. 옛 염부들의 땀과 애환, 그리고 소금을 실어 나르던 '가시렁차'에 얽힌 산업화 시대의 비화를 추적한다.
◇ 프롤로그: '소금꽃' 속에 담긴 70년 장인 정신의 비밀
동주염전은 안산 지역 천일염의 역사적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조선시대부터 안산 일대는 품질 좋은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는데, 많은 염전이 개발의 물결에 사라진 지금도 동주염전은 꿋꿋하게 전통 방식을 지키고 있다. 동주염전의 소금이 특히 명품으로 인정받는 비밀은 바로 '깸파리 염전'에 있다. '깸파리'란 깨진 옹기나 사기 조각을 뜻하는 말로, 염전 바닥을 화학 장판지 대신 옹기 토판으로 채운 것을 말한다.
이 방식은 현대식 플라스틱 장판 염전에 비해 소금 생산량이 적고 관리가 까다롭지만, 염전 바닥의 옹기 틈을 통해 갯벌과 소금이 교류하면서 갯벌의 미네랄과 유익한 성분을 소금이 흡수하게 된다. 반면,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등은 갯벌이 흡수하는 자연 정화의 미스터리가 일어난다. 이처럼 바닷물과 갯벌, 그리고 옹기 조각이 만나 탄생하는 동주염전의 소금은 짠맛 뒤에 은은한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숙련된 염부들의 70년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K-슬로우 푸드의 정수라 할 수 있다.
◇ 비화(秘話): 궤도차, 소금 귀신, 그리고 '시간의 미스터리'
동주염전에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서해안 일대 제염 산업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귀한 산업 유산이 남아 있다. 바로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동주염전 소금운반용 궤도차'다.
이 작은 가솔린 열차는 소래염전과 남동염전 등 경기만 일대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수인선 염업선(鹽業線)과 연결해 전국으로 공급하는 핵심 운송 수단이었다. 특히 '가릉가릉' 엔진 소리를 내며 이동한다고 해서 '가시렁차'라고도 불렸던 이 궤도차는 숙련된 염부들의 고된 노동을 덜어줬다. 1980년대 후반 두 염전이 폐업한 후 동주염전에서 사용됐던 이 궤도차는, 현재 안산산업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산업화 시대 서민들의 애환과 근면함을 상징하는 K-미스터리로 보존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산업 역사가 깃든 곳에는 또 다른 미스터리한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염전 노동자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소금이 녹는 미스터리'가 그것이다. 염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염부의 눈'인데, 소금밭에 소금꽃이 피면 이를 제때 긁어모으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 햇볕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숙련된 염부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날씨 변화와 염도를 귀신같이 예측하는 기술을 터득했고, 이는 '소금이 녹는 미스터리'를 유일하게 피할 수 있는 비책이었다. 특히 과거 염부들은 소금꽃이 피는 시기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고된 노동 속에서 염전에 '소금 귀신'이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염전의 역사를 아는 방문객이라면, 소금창고 앞에 전시된 궤도차와 함께 염부들의 고통과 인내가 빚어낸 소금밭의 '시간의 미스터리'를 동시에 떠올릴 수밖에 없다.
◇ 미래 비전: 체험 관광을 통한 K-전통 산업의 재조명
안산시는 동주염전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깸파리 소금'의 우수성을 명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염전이 과거의 산업 유산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동주염전에서는 전통 방식 그대로 소금을 생산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천일염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동주염전은 안산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중요한 산업 문화 자산"이라며, "단순히 소금을 채취하는 것을 넘어, 생태 학습과 산업 역사 교육이 융합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켜 대부도 해양 관광 벨트의 핵심적인 K-전통 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통 방식을 통해 생산된 대부도 천일염을 공동브랜드화하고 고부가가치 식품 사업으로 육성하는 노력 또한 지속되고 있다.
◇ 놓치면 안 될 에피소드 & 촌철살인 여행 팁
동주염전은 봄부터 가을까지 소금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특히 소금 결정이 하얗게 피어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염전 주변에는 안산어촌민속박물관과 탄도항이 가까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염전 체험을 위해서는 염판 위를 걸어야 하므로, 발이 더러워지는 것을 감수하고 방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얀 소금밭과 푸른 하늘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최고의 배경이다.
마지막 촌철살인 팁이다. "소금 생산이 쉬워 보인다? 틀렸다. 동주염전 소금은 간수(쓰거나 떫은맛)를 빼기 위해 창고에서 1년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곳에서 가장 값진 것은 소금이 만들어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의 삶에서도 숙성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만 명품 같은 결과물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