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신앙의 흔적이자, 인간이 신에게 남긴 질문이다. 역사가 아무리 변해도, 믿음이 도시를 지탱하는 순간이 있다. 예루살렘과 바라나시는 그 증거다. 한 도시는 세 종교의 성지가 됐고, 다른 도시는 인도의 신화가 현실이 된 공간이다. 이 두 도시는 신의 이름을 품은 채, 시간의 강을 건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루살렘과 바라나시는 단순한 성지가 아니다. 그곳은 인간이 신을 향해 세운 도시이자, 신이 인간에게 남긴 기억의 무대다. 거리의 돌 하나, 강가의 물결 하나에도 기도와 희생,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오늘 우리는 그 신성한 이름의 기원을 따라, 예루살렘과 바라나시로 떠난다.
◇ 예루살렘, 신의 이름을 품은 도시
‘예루살렘(Jerusalem)’은 히브리어 ‘예루샬라임(Yerushalayim)’에서 유래했다. 뜻은 ‘평화의 도시’, 그러나 그 이름과 달리 수천 년 동안 이곳은 전쟁과 분열의 상징이었다. 다윗 왕의 수도로 세워지고, 솔로몬의 성전이 들어서며 ‘신의 도시’로 불렸지만, 이후 이곳은 바빌론, 로마, 오스만 제국 등 수많은 정복자의 발자국을 거쳤다. 역사는 바뀌었지만, 예루살렘의 이름은 여전히 신을 향한 인간의 염원을 품고 있다.
성전산과 통곡의 벽, 성묘 교회와 황금빛 바위사원은 서로 다른 신앙이 한 하늘 아래 공존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유일한 도시이자, 믿음의 교차로다. 그러나 이 신성함은 언제나 긴장과 맞닿아 있다. 믿음의 이름으로 시작된 갈등은 지금도 이어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평화를 기도한다.
오늘의 예루살렘은 단순한 종교의 도시를 넘어, 문화와 기술,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돌담 옆으로 카페와 갤러리가 들어서고, 젊은 세대는 신앙보다 공존의 가치를 말한다. 예루살렘의 이름은 여전히 ‘평화’를 뜻하지만, 이제 그 평화는 누군가의 승리가 아니라 서로의 이해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다시 쓰이고 있다.
◇ 바라나시, 신화가 현실이 된 도시
‘바라나시(Varanasi)’는 인도 북부의 갠지스강 변에 자리한 도시로,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곳으로 꼽힌다. 이름은 도시를 감싸 흐르는 바라나(Varuna)강과 아시(Assi)강에서 비롯됐다. 이 두 강 사이의 땅, 곧 바라나시. 인도인들에게 이곳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신과 함께하는 도시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곳, 인간이 신에게 가장 가까워지는 장소다.
갠지스강 가트(Ghat)에서는 매일 아침 수천 명이 목욕하며 기도한다. 해가 지면 불꽃 의식 ‘아르티(Aarti)’가 열리고, 음악과 종소리, 연기가 뒤섞여 하늘로 오른다. 바라나시는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도시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세월의 무게가 깃들어 있다. 강가의 불꽃은 단순한 장례의식이 아니라, 윤회와 구원의 철학을 상징한다.
최근의 바라나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사원 사이로 현대식 호텔과 카페가 들어서고, 청년들은 요가와 명상 대신 스타트업과 예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강물은 여전히 같은 속도로 흐르고, 기도 소리는 여전하다. 과거와 현재, 신앙과 일상이 뒤섞인 이 도시는 여전히 신의 숨결 속에서 살아 있다.
◇ 신의 이름으로 세워진 도시, 인간의 이름으로 이어지다
예루살렘과 바라나시는 서로 다른 신을 향하지만, 그 근원은 같다. 인간은 믿음으로 도시를 세웠고, 그 믿음은 세월을 넘어 문화와 철학으로 남았다. 두 도시는 신을 향한 길이자,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신의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인간이 만들어가는 도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시의 이름은 신에게 바친 기도이자, 인간이 남긴 대답이다. 예루살렘의 황금빛 돔 아래에서, 바라나시의 불꽃 사이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이름 속에 남는다. 그것은 믿음의 도시에서 시작된, 인간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