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울산은 흔히 ‘산업의 도시’로 불린다. 조선과 석유화학의 이미지가 강해 여행지로서의 인상은 다소 거칠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해안선을 따라가면 생각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태화강의 물결이 흐르고, 대왕암의 절벽이 바다와 맞닿는 풍경 속에서 울산은 산업의 도시가 아닌 ‘해안 도시’로서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곳의 바다는 미국 서부의 해안 도시 샌디에이고를 떠올리게 한다. 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온화한 기후, 바다와 도시가 나란히 이어진 풍경이 놀라울 만큼 닮았다. 항구와 선박, 절벽과 해변,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일상의 속도까지 - 두 도시는 전혀 다른 대륙에 있지만, 같은 파도의 언어를 공유한다.
바다와 절벽, 그리고 도시의 온도
울산 동쪽 끝 대왕암공원에 서면 바다가 길게 펼쳐진다.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절벽 위에는 소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곳의 풍경은 샌디에이고 라호야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 위로 굽이진 절벽과 바람, 그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붉은 빛이 묘하게 닮았다. 라호야가 여유로운 휴양의 도시라면, 대왕암의 해안선은 더 조용하고 단단하다.
주전바위와 진하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서핑보드를 든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여름철이면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젊은 서퍼들의 모습이 활기를 더한다. 샌디에이고 미션비치의 자유로운 풍경처럼, 울산의 해안에서도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삶의 무대’로 존재한다. 도심의 산업적 이미지 뒤에는 이렇게 생생한 일상의 바다가 있다.
산업의 도시에서 바다의 낭만으로
울산은 오랫동안 조선업과 석유화학의 중심지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그 산업의 근원 또한 바다였다. 항구에서 시작된 무역, 해양 기술, 그리고 바다를 향한 인간의 열망이 도시의 근육을 만들었다. 샌디에이고 역시 군항 도시이자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지로, 산업과 해안이 공존하는 구조를 가진다. 두 도시는 모두 ‘바다를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최근의 울산은 조금 다르다. 태화강 국가정원,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울산대공원 같은 공간에서 도시의 흐름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산업의 강철빛 이미지 대신, 자연과 문화가 섞인 새로운 감성이 자라나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서부의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불리듯, 울산도 점점 사람의 속도에 맞춰 숨 쉬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파도의 언어로 닮은 두 도시
샌디에이고의 태양은 늘 푸르고, 울산의 바다는 언제나 깊다. 두 도시는 산업과 바다가 공존하는 드문 해안 도시로, 인간의 노동과 자연의 리듬이 한 화면 안에 놓인다. 여행자가 바다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일터의 소음이 잠시 멎고, 바람과 파도만이 말을 건넨다.
결국, 울산과 샌디에이고의 닮음은 바다의 형태가 아니라 ‘삶의 방향’에 있다. 일과 휴식, 산업과 낭만이 함께 존재하는 도시. 그런 균형의 미학이 두 도시를 연결한다. 울산의 바다는 여전히 일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분명 여행의 온기가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