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4 (화)

  • 맑음동두천 14.8℃
  • 맑음강릉 19.6℃
  • 맑음서울 15.2℃
  • 맑음대전 17.7℃
  • 구름조금대구 17.2℃
  • 구름많음울산 18.0℃
  • 구름조금광주 18.4℃
  • 구름많음부산 20.1℃
  • 구름많음고창 17.4℃
  • 흐림제주 18.8℃
  • 맑음강화 13.0℃
  • 맑음보은 15.9℃
  • 맑음금산 17.8℃
  • 구름많음강진군 19.1℃
  • 맑음경주시 18.7℃
  • 구름많음거제 18.8℃
기상청 제공

[NT 기획] K-푸드의 진화② 편의점, 한국의 미식 놀이터가 되다

라면 끓이는 관광객, 간식 고르는 외국인
일상 속 공간이 세계인이 찾는 미식 체험지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서울의 어느 밤, 명동 한복판의 편의점 안에서는 낯선 언어가 뒤섞인다. 여행객들은 컵라면을 고르고, 계산대 앞에서는 바나나우유와 김밥이 쌓인다. 그들에게 편의점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다. 한국인의 하루를 그대로 따라 해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미식 체험의 무대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를 보면 그 현상이 숫자로 확인된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의 편의점 결제 건수는 약 1300만 건으로, K-푸드 업종 중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무려 79.2%. 아이스크림, 즉석식, 음료 등 ‘작은 소비’들이 모여 외국인 미식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편의점의 인기 이유는 단순하다.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 공간이 외국인에게는 ‘현지인의 하루를 맛보는’ 장소가 된다. SNS에는 ‘K-convenience store’ 해시태그가 붙은 영상이 수없이 올라온다. 라면을 끓이는 모습, 삼각김밥을 고르는 순간, 그리고 포켓몬 빵을 찾는 웃음까지. 일상의 장면이 그대로 관광 콘텐츠가 된다.

 

소셜 분석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23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외국인 게시물 중 편의점 관련 콘텐츠의 40% 이상이 음식과 연관돼 있었다. 주요 키워드는 라면(14.1%), 커피(10.5%), 과자(7.0%) 순이었다. 특히 ‘bananamilkcoffee’처럼 바나나우유와 커피를 섞어 만든 즉흥 조합은 해시태그로 번져 외국인들 사이에서 놀이처럼 확산됐다.

 

편의점은 빠르게 변하는 한국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2025년 6월, CU가 출시한 신제품 스무디가 인스타그램 피드에 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하루였다. 외국인들은 새 상품을 즉시 체험하고, 직접 콘텐츠로 만들어 세계에 공유한다. 소비의 끝이 다시 홍보로 이어지는, 순환형 경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편의점은 한국인의 일상성 그 자체를 상징한다. 특별한 레스토랑이나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의 모퉁이마다 자리한 공간에서 한국의 삶을 체험한다는 점이 외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들은 이제 명동 쇼핑보다 ‘편의점 미식’에 더 오래 머문다.

 

K-푸드의 진화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시작되고 있다. 라면 한 그릇, 삼각김밥 하나, 작은 간식 하나가 외국인에게는 ‘로컬의 맛’을 느끼는 창구가 된다. 익숙한 일상이 세계인의 여행 목적지가 되는 순간이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