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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고물가 시대, 미국의 여름은 ‘아스팔트 위’에서 피어나다

비행 대신 도로로 향하는 여행자들…짧고 잦은 로드트립이 대세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고물가와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5년 여름 미국인의 여행 지도는 더 이상 하늘 위가 아닌 아스팔트 위에 그려지고 있다. 신용카드 데이터는 항공권 소비 감소를 명확히 보여주지만, 여행에 대한 욕구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로드트립’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비용 절감은 물론, ‘짧고 잦은’ 일정과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자연을 탐색하려는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자동차 중심의 근거리 여행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미국 관광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 한국관광공사 “미국 여행, 하늘보다 도로 위로 이동”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최근 보고서 '미국 내 로드트립 수요 증가, 가까운 여행 대세'(2025.10.30) 를 통해 “올해 미국 여행 트렌드는 명확히 ‘비행기에서 자동차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사에 따르면, Bank of America의 Vacation Nation 보고서(2025)는 상반기 항공권 소비가 전년 대비 3%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63%가 자동차 여행을 선호하며, 여행자 70%가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2024년보다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지속적인 경제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미국 내 여행 관련 물가는 전년 대비 4% 상승했으며, 특히 항공요금(+2.7%)과 숙박비(+3.7%) 상승이 여행비 부담을 키웠다. 상반기 여행 소비는 전반적으로 부진했으며, 항공과 숙박 관련 지출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Bank of America는 “소비자들이 여행은 원하지만 지출은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으며, TravelPulse는 “비행 대신 자동차 여행을 택하는 현상은 단순한 여가의 변화가 아니라 비용 절감과 불확실성 회피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 자동차 중심 여행, 역대 최대치로 확대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미국자동차협회(AAA) 자료를 인용해 “독립기념일(7월 4일) 연휴에 6,160만 명이 자동차로 50마일 이상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 이동자의 약 85%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기록”이라고 밝혔다. 또한 메모리얼데이(5월 25일) 연휴에도 4,510만 명 이상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돼, 전년보다 약 140만 명 증가했다.

 

특히 높은 항공료와 숙박비 부담 속에서 중·저소득층 응답자의 60%가 자동차 여행을 선호한다고 답해, 로드트립 수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사는 “이 같은 자동차 중심 여행은 비용 절감과 일정 자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2025년 미국 관광 시장의 회복을 견인하는 주요 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짧고 잦은 여행과 ‘디지털 디톡스’의 부상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Deloitte의 2025년 여름 여행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지출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으려는 소비자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Forbes 역시 평균 여행 기간이 약 1주일 반으로 단축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가까운 곳으로 짧지만 자주 떠나는 ‘짧고 잦은 근거리·자율형 여행’이 2025년 미국 관광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공사는 “로드트립이 단순 이동이 아닌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새로운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프그리드(off-grid)’라 불리는 인터넷 없는 지역이 인기 목적지로 떠오르며, 조용한 산속 오두막이나 에코 롯지 등 자연 속 숙소가 주목받고 있다.

 

힐튼의 2025 Travel Trends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여행자 중 24%가 휴가 중 소셜 미디어를 비활성화한다고 답했고, 테네시 지역의 hike-in lodges에서는 와이파이 없는 환경에서 독서·보드게임·대화 중심 활동을 제공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TravelAge West는 여름 여행 트렌드 중 디지털 디톡스 항목이 38% 비중으로 언급됐다며, 상당수 여행자가 ‘디지털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현실적 타협과 심리적 회복이 만난 여행 형태”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25년 미국인의 여름 휴가는 경제적 현실과 심리적 회복 욕구가 결합된 형태”라고 평가했다.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자율적 로드트립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일상의 디지털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한다. 하늘이 아닌 길 위에서, 미국인의 여름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여행의 의미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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