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한때 ‘한 달 살기’는 긴 휴가나 자유로운 직장인들의 특권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계획하는 새로운 일상의 형태가 됐다. 2025년 현재, 이 흐름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의 실험’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NT 심층 기획] 시리즈는 포르투갈, 대만, 헝가리,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태국, 체코 등 10개국을 중심으로, 한국인이 실제로 한 달 이상 머물며 체류 환경을 평가한 결과를 추적했다. 주요 기준은 생활비, 안전지수, 의료 접근성, 인터넷 속도, 커뮤니티 환경 등이다.
Numbeo와 Wise, Nomad List 등의 2025년 자료를 종합하면, 포르투갈·대만·헝가리는 안전지수 70점 이상, 생활비 지수는 서울 대비 60~80% 수준으로 나타났다. Ookla Speedtest 기준 평균 인터넷 속도는 150Mbps를 넘어, 원격근무 환경에서도 불편이 적었다. 반면 베트남과 콜롬비아는 저렴한 생활비가 강점이지만 의료 인프라와 공공안전 부분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가성비’ 중심에서 ‘삶의 질’ 중심으로 평가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저렴한 숙소와 간단한 식비가 체류 만족도를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커뮤니티 안정성·문화 접근성·현지인과의 교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SNS를 통한 실시간 정보 공유와 체류자 리뷰가 늘면서, 단순한 ‘가성비 여행’보다 ‘생활 경험의 깊이’를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이 변화는 도시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리스본의 골목 카페에는 한국인 프리랜서들이 노트북을 펼치고, 다낭 해변에는 ‘한 달 살기’ 전용 숙소 단지가 들어섰다. 치앙마이, 메데인, 프라하 등은 정부 차원의 디지털노마드 비자 정책으로 외국인 체류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제주·강릉·속초 등지에서는 로컬 창작자와 장기 체류자가 함께 만드는 ‘로컬 살기 프로그램’이 확산 중이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살아보는 도시’로서의 가치를 찾는 움직임이다.
결국 한 달 살기는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시험해보는 실험의 무대가 되고 있다. 2025년의 지도 위에서 가장 좋은 나라는, 비용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