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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심층] 미래여행 대전환②…사라지는 여행지

해수면 상승과 침식이 바꾸는 휴양의 지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지구촌 여행 지도가 바뀌고 있다. 더 많은 여행객이 열대의 바다로 향하지만, 정작 그 천국 같은 해변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잦아진 폭풍은 관광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국가들의 기반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다. 기후 위기는 단지 날씨 변화를 넘어, 관광 산업의 판도를 다시 짜고 있다.

 

몰디브는 그 대표적 사례다. 평균 고도 1.5미터에 불과한 이 나라는 바닷물이 밀려올 때마다 방파제를 높이고 모래를 인공적으로 채워 넣는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 속도는 이미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몰디브 정부는 2100년 전후 국가 소멸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일부 섬은 이미 관광객의 기억 속으로만 남았다. 천혜의 환경이 사라지는 속도는 통계보다 체감이 먼저 찾아온다.

 

 

태평양의 작은 도서국들도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피지, 투발루, 키리바시 등은 전체 GDP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를 넘는다. 하지만 공항 활주로가 물에 잠기거나, 숙박시설 주변의 백사장이 침식되면 관광은 유지될 수 없다. 극한 기후로 항공편이 끊기는 날이 늘어나자, 여행사들은 일정 보장을 망설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곳에서 “관광 이주”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후 난민이 아니라, 기후 관광 난민이다.

 

관광 의존 지역의 취약성은 카리브해에서도 드러난다. 바하마, 자메이카, 도미니카공화국은 허리케인 계절이 점점 길어지며 실질적 영업 기간이 줄어들었다. 피해 복구 비용은 반복될수록 커지고 보험 가입은 더 어려워졌다. 세계은행은 카리브 관광 자산의 최대 20%가 2050년 이전에 물리적 손실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기는 아시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발리 남부 해안은 급격한 침식으로 수년 사이 해변 폭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태국 마야베이처럼 영화로 유명해진 관광지가 환경 회복을 위해 장기간 폐쇄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관광 과잉이 자연을 위협했다면, 지금은 자연 붕괴가 관광을 멈추게 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 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관광 수입이 국가 재정과 고용을 떠받치던 지역에서 기후 위험이 현실화되면,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동시에 무너진다. 재해가 반복될수록 자본은 떠나고, 보험과 금융은 리스크를 이유로 발을 뺀다. 관광이 기대가 아닌 불확실성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무력하게 침몰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몰디브는 양질의 숙박 인프라와 친환경 정책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여행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피지와 사모아는 생태복원 사업에 관광객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카리브 일부 국가는 해안선 보강, 맹그로브 복원 등 자연 기반 방어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미래 관광의 핵심 전략은 자연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생존할 길을 찾는 것이다.
 

여행자들의 선택도 바뀔 수밖에 없다. 더 자주, 더 멀리, 더 자극적인 여행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지속 가능한 목적지와 안전한 기후 환경을 고려하는 시대로 전환 중이다. 여름철 여행의 무게 중심이 북유럽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기후 변화가 만든 새로운 여행심리, 위험을 피해 새로운 곳을 찾는 흐름은 점점 뚜렷해질 전망이다.

 

미래의 세계 지도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다. 살아남는 여행지와 사라지는 여행지가 갈리고 있다. 관광 산업은 어떤 장소, 어떤 계절,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 다시 묻고 있다. 기후는 이제 여행 선택이 아니라 여행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바다는 더 이상 휴양의 상징만은 아니다. 미래를 바꾸는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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