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사람이 떠난 자리는 바로 비지 않는다. 집은 남고, 길은 그대로다. 학교 운동장에는 잡초가 자라지만, 건물은 아직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구감소지역의 풍경은 종종 착시를 만든다. 겉으로는 유지되고 있지만, 안에서는 기능이 멈춘 상태다. 숫자가 보여주는 인구 감소는 이 ‘정지된 풍경’을 해석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인구감소지역의 변화는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구조적 이동에 가깝다. 청년층은 빠져나가고, 고령 인구의 비중은 빠르게 높아진다. 출생률 하락과 전출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역의 인구 피라미드는 아래가 비고 위가 넓어지는 형태로 고착된다. 이 구조는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렵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할 때 단순 인구 수가 아니라 재정력, 생활 인프라, 고령화 비율 등을 함께 고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 감소는 결과이고, 문제의 본질은 지역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와 병원, 교통망이 무너지면 인구는 더 빠르게 빠져나간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이 악순환은 데이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이 수행한 가명정보 결합 분석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의 일상 이동량과 소비 패턴은 이미 상당 부분 축소된 상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이동·소비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지역 내부에서의 소비보다 외부로 빠져나가는 소비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지역은 더 이상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거쳐 가는 공간’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와중에 관광 데이터만 다른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같은 분석에서 일부 인구감소지역은 특정 시기 방문객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축제나 자연 명소, 특정 콘텐츠가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증가가 곧바로 지역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방문은 늘었지만 체류는 짧았고, 소비는 제한적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역관광 통계를 함께 보면, 이러한 지역의 평균 체류 시간은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당일 방문 비율이 높고, 숙박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이는 관광이 지역 경제의 ‘순환’이 아니라, 외부에서 잠시 유입됐다가 빠져나가는 ‘통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관광객이 늘었는데 왜 지역은 변하지 않는가. 답은 관광의 양이 아니라 연결의 깊이에 있다. 방문객의 소비가 지역 주민의 생활과 연결되지 못하고, 관광 동선이 마을의 일상과 분리될수록 효과는 제한된다. 관광은 있었지만, 지역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한 셈이다.
인구감소지역의 현재는 그래서 이중 구조를 가진다. 내부에서는 인구와 생활 기능이 줄어들고, 외부에서는 관광이라는 형태의 유입이 늘어난다. 그러나 두 흐름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냉정하다. 관광은 지역에 도착했지만, 지역 안에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이 진단은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관광은 어떻게 ‘통과’에서 ‘체류’로, 소비에서 관계로 전환될 수 있는가. 다음 편에서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조짐을 살펴본다. 통과하던 길이 머무는 곳으로 바뀌는 순간, 관광의 역할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