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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여행지–해외편⑮] 불타는 지옥의 문 – 투르크메니스탄 다르바자 가스 분화구

반세기째 꺼지지 않는 불, 인간의 판단이 방치한 사고 현장

[뉴스트래블=편집국] 사막 한가운데 열린 구멍에서 불이 새어 나온다. 밤이 되면 불길은 더 또렷해지고, 어둠은 오히려 주변으로 밀려난다. 다르바자 가스 분화구. ‘지옥의 문’이라는 별명은 과장이 아니다. 이 불은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이 붙인 불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50년째 정리되지 않았다.

 

 

사고는 짧았고, 결과는 길었다

1971년, 당시 소련 소속 지질학자들은 카라쿰 사막에서 천연가스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추 도중 지반이 붕괴되며 대형 함몰이 발생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메탄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인근 거주지로 유독가스가 퍼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렸다. 가스를 태워 없애자는 판단이었다. 불을 붙이면 며칠 내 자연 소진될 것이라 예상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 결정은 장기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내려졌다. 결과는 단순했다. 불은 꺼지지 않았고, 분화구는 영구적 구조물처럼 남았다.

 

방치된 현장, 관리되지 않은 책임

다르바자 분화구의 직경은 약 60~70미터, 깊이는 20미터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분화구 내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스가 분출되고 연소가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고 이후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불길은 밤마다 사막을 밝히지만, 그 불을 통제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 울타리는 미비하고, 지반 안정성에 대한 정기적 조사도 공개된 바 없다. 이곳은 복구 대상도, 공식 재난 지역도 아니다. 그저 ‘그대로 두는 곳’이 됐다.

 

폐쇄 국가가 만든 또 하나의 장벽

투르크메니스탄은 외국인의 이동과 취재가 강하게 제한되는 국가다. 다르바자 분화구 역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만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관리 주체와 안전 기준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다. 사고는 소련 시기에 발생했지만, 그 유산은 독립 이후 국가가 떠안았다. 이 불은 꺼지지 않는 자연 현상인 동시에, 정치적 침묵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국제 환경 문제로 제기되었음에도 실질적 소화 작업은 수차례 검토 단계에 머물렀다. 정부가 불을 끄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분화구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관광지라는 이름의 착시

다르바자는 종종 ‘이색 관광지’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 표현은 본질을 흐린다. 이곳은 설계된 관광지가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사고 현장이다. 접근 경로에는 명확한 안전 가이드라인이 없고, 응급 구조 체계는 극히 제한적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조 인력이 도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화염의 방향은 바람에 따라 바뀌고, 분화구 가장자리는 붕괴 위험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이곳은 ‘볼거리’라는 말로 소비된다. 책임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

 

금단의 여행지라는 정의

다르바자가 금단의 여행지로 분류되는 이유는 단순한 위험성 때문이 아니다. 이곳은 인간의 결정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끝까지 관리하지 않았을 때 어떤 풍경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소다. 이 불은 재난도, 기념물도 아니다. 실패한 판단이 계속해서 연소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그 불길을 끄는 일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로 남아 있다.

 

다르바자의 밤은 밝다. 그러나 그 빛은 길을 비추지 않는다. 불길은 경고도, 해답도 없이 계속 타오른다. 인간은 불을 붙일 수 있었지만, 불 이후의 시간을 설계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곳은 묻는다. 우리는 위험을 통제할 권한만큼, 결과를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지옥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 닫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닫을 결정을 미뤄온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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