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인도 동부 벵골만, 안다만 제도의 바다 한가운데에 로스 아일랜드가 있다. 현재 행정명은 ‘넷지 서바르카르 섬(Netaji Subhas Chandra Bose Island)’이지만, 이 섬의 시간은 여전히 로스 아일랜드라는 이름에 머물러 있다. 한때 이곳은 영국 제국이 안다만 제도를 통치하던 행정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지금 섬을 덮고 있는 것은 관청도, 권력도 아닌 정글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은 안다만 제도를 식민 통치와 정치범 수용의 거점으로 삼았다. 포트블레어 인근의 로스 아일랜드는 총독 관저와 행정청, 병원, 교회,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모범 식민지 도시’였다. 섬 전체가 계획적으로 조성됐고, 영국인 관리와 군인 가족들이 거주하며 제국의 질서를 유지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존재한 셀룰러(Cellular Jail)가 처벌의 공간이었다면, 로스 아일랜드는 통치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질서는 오래가지 않았다. 1941년 일본군이 안다만 제도를 점령하면서 로스 아일랜드의 기능은 급격히 붕괴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이 철수하면서, 섬은 사실상 방치됐다. 결정적 계기는 1945년과 1947년 사이 연이어 발생한 강진이었다. 건물들은 구조적으로 손상을 입었고, 복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국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정글이 채우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열대 기후 속에서 덩굴식물과 거목은 벽과 지붕을 감싸기 시작했고, 석조 건물의 틈새마다 뿌리를 내렸다. 병원의 창문은 나무에 막혔고, 교회의 벽은 균열 사이로 식물이 파고들었다. 인간이 세운 구조물은 무너지기보다 서서히 흡수됐다.
로스 아일랜드의 폐허는 파괴의 흔적이 아니다. 포격도, 약탈도 없었다. 이곳의 붕괴는 철수의 결과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행정 중심지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선택, 제국의 질서가 비용과 위험 앞에서 포기된 흔적이다. 그래서 이 섬은 무너진 도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워진 도시로 남아 있다.
현재 로스 아일랜드는 관광객의 출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포트블레어에서 배로 10여 분 거리지만, 체류 시간은 엄격히 관리된다. 밤에는 섬에 머무를 수 없고, 일부 건물 내부 출입도 통제된다. 이는 안전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곳이 완전히 과거가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폐허는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여전히 변화 중인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섬을 걷다 보면,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점유가 동시에 보인다. 계단은 남아 있지만 어디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고, 벽은 서 있으나 더 이상 방을 구분하지 않는다. 건물은 존재하지만 기능은 사라졌다. 로스 아일랜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사용을 거부당한 공간에 가깝다.
이 섬이 금단의 여행지로 불리는 이유는 접근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로스 아일랜드는 제국이 남긴 가장 솔직한 풍경을 보여준다. 확장과 지배의 서사가 끝났을 때, 그 질서는 얼마나 빠르게 자연에 흡수되는가. 인간이 영구적이라 믿었던 행정과 권력이 얼마나 쉽게 무력화되는가를 이 섬은 말없이 증명한다.
로스 아일랜드에는 설명판이 많지 않다. 가이드의 말도 길지 않다. 대신 정글과 폐허가 직접 이야기한다. 이곳에서 제국은 패배하지 않았다. 다만,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은 인간이 아닌 자연의 몫이 됐다.
이 섬을 떠나는 배 위에서, 로스 아일랜드는 점점 작아진다. 그러나 사라지지는 않는다. 제국이 남긴 흔적은 이렇게, 열대의 침묵 속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