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겨울이 시작되면 타이완 북부의 작은 마을 쟈오시는 유독 또렷해진다. 타이베이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남짓, 도심의 풍경이 사라질 즈음 온천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의 여행은 서두르지 않는다. 쟈오시는 먼저 걷게 하고, 그 다음에 담그게 하며, 결국 머물게 만든다. 겨울의 온천은 이 마을에서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 된다.
쟈오시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온천 지역 가운데 하나다.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풍부한 지열 자원을 지녔고, 중탄산수소나트륨 성분의 온천수는 피부에 자극이 적어 ‘미인탕’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수질보다도 여행의 구조에 있다. 온천이 여행의 출발점이 아니라, 하루의 끝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쟈오시 여행은 마을 밖에서 시작된다. 파오마 고도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로, 숲 사이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숨이 고른다. 길 끝에서는 허우동컹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에도 물줄기는 끊기지 않고, 차가운 공기와 대비를 이루며 풍경의 밀도를 높인다. 이 산책 코스는 운동을 위한 길이 아니라, 온천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 가깝다.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 온천은 특별한 시설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이 된다. 탕웨이거우 온천공원은 쟈오시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공원 한가운데서 온천수가 흐르고, 족욕탕에는 여행자와 현지 주민이 나란히 앉는다. 관광지와 생활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면이다. 인근의 쟈오시 온천공원 역시 대형 시설보다는 열린 공공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이곳에서 온천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되는 자원이다.
온천 사이사이에는 소도시의 미식이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쟈오시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여행의 리듬을 끊지 않는다. 달콤한 총유빙, 간단한 국수와 만두, 땅콩 아이스크림 롤 같은 길거리 간식이 산책과 족욕 사이를 채운다. 온천 뒤에 무거운 식사가 아니라, 가볍게 배를 채우는 구조 역시 이 마을의 속도와 닮아 있다.
쟈오시가 ‘머무는 온천’으로 불리는 이유는 숙박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대형 온천 호텔부터 비교적 작은 숙소까지, 대부분의 숙박 시설이 객실 내 혹은 전용 공간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낮에 걷고 저녁에 담그는 일정이 자연스럽게 하루를 완성한다. 밤이 되면 마을은 조용해지고, 온천의 김만 남는다. 관광지의 소음 대신 휴식의 밀도가 높아진다.
이 마을의 온천은 빠른 여행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나절로도 방문할 수 있지만, 하룻밤을 묵는 순간 쟈오시의 성격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일정이 비워질수록 여행은 풍부해진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하루가 충분히 채워진다.
쟈오시는 타이완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여행 방식이다. 자연을 앞세우되 과도하게 개발하지 않고, 관광을 수용하되 일상을 밀어내지 않는다. 숲과 온천, 마을과 여행자가 겹쳐지는 이 공간은 겨울에 가장 온전해진다. 쟈오시에서의 온천은 몸을 데우는 행위이자, 여행의 속도를 다시 맞추는 시간이다. 이 마을의 겨울이 유난히 깊게 남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대만관광협회 발행 관광 격월간지(2025년 11–12월호)를 참고해 재구성했으며, 각 시설 정보는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