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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월드 스케치|시즌 2] 한 나라, 한 장면② 베트남 통일궁

전쟁의 종결을 국가로 봉인한 공간
승리의 기억을 체제로 고정한 선택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호찌민시 중심부에 자리한 통일궁은 베트남 현대사의 전환점이 된 장소다. 이 건물은 관광객에게는 사진 속 배경으로 소비되지만, 국가에게는 체제의 종착지에 가깝다. 전쟁은 이곳에서 끝났고, 국가는 이 장면을 공식 기억으로 채택했다. 통일궁은 베트남이 스스로를 정의한 마지막 전쟁의 무대다.

 

베트남은 전쟁을 박제하지 않았다. 대신 종료의 순간을 공간으로 고정했다. 폐허가 아닌 건축을 남겼고, 파괴가 아닌 점령의 장면을 선택했다. 통일궁은 베트남 국가가 승리를 관리하는 방식이 드러난 장소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통일궁은 베트남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난 자리다.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 탱크가 이 건물로 진입했다. 총성이 멈춘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국가는 이 장면을 시작이 아닌 종결로 규정했다.

 

이 건물은 단순한 관저가 아니었다. 남베트남 정권의 권력이 작동하던 중심이었다. 그 공간을 점령했다는 사실은 체제 교체를 의미했다. 국가는 승리를 장소로 증명했다.

 

베트남은 이 건물을 철거하지 않았다. 대신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남겼다. 적의 권력을 국가의 역사로 편입시켰다. 통일궁은 그 흡수의 결과다.

 

그래서 이 장소는 국가의 기준점이 된다. 전쟁의 시작도, 과정도 아니다. 끝을 선택했다. 베트남은 종료의 순간으로 자신을 대표한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통일궁의 전신은 프랑스 식민 권력의 관저였다. 이후 남베트남 정권의 대통령궁으로 사용됐다. 이 건물은 외세와 분단 권력이 교차한 공간이었다. 국가의 통제 밖에 놓여 있던 장소였다.

 

1960년대 기존 건물은 폭격으로 파괴됐다. 남베트남 정권은 새로운 궁을 건설했다. 현대적 구조와 방공 설계가 반영됐다. 전쟁이 일상이 된 체제의 산물이었다.

 

건물은 군사적 기능을 우선했다. 지하 벙커와 통제실이 핵심이었다. 정치는 이곳에서 방어됐다. 공간 자체가 불안의 구조였다.

 

이 배경 위에서 통일은 도착했다. 베트남은 이 장소를 부수지 않았다. 대신 체제의 소유로 전환했다. 공간은 국가로 귀속됐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전쟁이 끝난 뒤 통일궁의 성격은 바뀌었다. 권력의 집무실은 박물관이 됐다. 결정이 이뤄지던 공간은 전시 공간으로 전환됐다. 기능은 정지됐지만 의미는 강화됐다.

 

베트남은 내부를 거의 손대지 않았다. 가구와 배치, 통신 시설이 유지됐다. 시간은 멈춘 상태로 관리됐다. 국가는 그 순간을 고정했다.

 

이 선택은 분명한 효과를 냈다. 전쟁의 기억은 혼란이 아닌 질서로 정리됐다. 승리는 서사로 관리됐다. 국가는 기억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논쟁도 남았다. 패배의 기억은 주변으로 밀려났다. 통일의 이면은 말해지지 않는다. 통일궁은 국가 서사의 중심이 됐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오늘의 통일궁은 베트남 최대의 역사 관광지 중 하나다. 외국인과 자국민 모두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감상은 통제된 동선 안에서 이뤄진다. 국가는 해석의 범위를 설정한다.

 

이 공간은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전쟁은 국가 서사의 일부로 전달된다. 개인의 기억은 집단 기억으로 정렬된다. 통일은 긍정의 언어로 설명된다.

 

통일궁은 정치적으로도 살아 있다. 국경일과 기념일마다 이곳은 참조된다. 국가는 여전히 이 공간을 호출한다. 상징은 현재형이다.

 

그래서 이 장소는 완결되지 않는다. 과거의 건축물이지만, 현재의 국가 운영과 연결돼 있다. 통일궁은 계속 작동한다. 베트남은 이 공간을 통해 자신을 유지한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통일궁은 베트남의 단호한 얼굴이다. 전쟁을 미화하지도, 해체하지도 않았다. 종료의 순간을 국가의 기둥으로 삼았다. 국가는 기억을 선택했다.

 

이 공간을 이해하면 베트남이 보인다. 혼란보다 질서를 택한 국가다. 승리를 감정이 아니라 체제로 관리한다. 통일궁은 그 선택이 가장 선명하게 남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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