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기획여행상품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여행사의 책임을 묻는 법적 판단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대법원과 하급심은 지난 몇 년간 여행 중 발생한 익사, 골절 등 다양한 사고에 대해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와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왔다.

2016년 대법원은 베트남 여행 중 자유시간에 발생한 익사 사고에 대해 모두투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숙소 인근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여행자가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인솔자는 위험을 경고했지만 여행자가 이를 무시한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해당 활동이 여행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고, 사고를 예견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여행사의 책임을 부정했다(대법원 2016다6293).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하나투어와 계약한 코타키나발루 여행 중 발생한 골절 사고에 대해 여행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원고는 스노클링 체험 중 철제 계단에서 미끄러져 손가락 골절 및 영구 장애를 입었고, 배에는 미끄럼 방지 장치가 없었다. 법원은 “여행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피해자의 부주의도 일부 인정해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다(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057901).
이러한 판단은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에 근거하며, 여행사가 계약된 일정이나 안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또한 민법 제680조는 위임계약의 정의를 규정한 조항으로, 직접적으로 안전배려의무를 명시하지는 않지만, 법원은 여행계약을 위임계약의 성격으로 해석하며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관광진흥법도 중요한 법적 근거다. 제2조 제3호는 ‘기획여행업자’의 정의를 통해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같은 법 시행규칙 제21조는 여행업자가 여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여행경보 지역 여부를 안내하고, 보험 가입 여부를 고지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여행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 의무로 해석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참고할 수 있다. 이 기준은 여행계약 해제 시 손해배상 비율, 환불 조건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분쟁 발생 시 조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여행 계약서의 환불 규정, 일정 변경 조건, 보험 가입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자유시간 중 활동에 대한 안내 책임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사고 발생 시에는 사진, 영상, 현장 기록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분쟁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여행은 자유지만, 법은 책임을 묻는다. 그 책임의 경계는 계약서와 현장의 행동 사이에 있다.